‘여러분∼ 딸기스러운 하루 되세요!’

여기서 말하는 딸기는 과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바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딸기’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이렇듯 캐릭터는 어느덧 나름의 매니아 층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상품으로서 자리를 다졌다. 그런데  캐릭터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우리를 반영하는 또 다른 창이기도 하다.

먼저 캐릭터를 통해 경제를 엿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로서, ‘미키마우스’, ‘아톰’ 등과 같은 캐릭터가 수입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미국산 고가(高價) 캐릭터’와 ‘일본산 저가(低價) 캐릭터’가 각각 백화점과 문방구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캐릭터는 주로 올림픽, 엑스포 등 행사용 마스코트로 이용되다 행사가 끝나면 더 이상의 생명력을 지니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고작이었다.  “캐릭터 상품은 집에 가위가 있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가위를 보면 또 사게 되는 것처럼 중복구매, 충동구매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이는 사회 내에 경제적 부가 축적됐을 때 많이 가능한 일 ”라는 한창완(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의 말처럼, 캐릭터를 수용하기에는 이때까지 우리 사회의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90년대 경제호조와 맞물려 성장

그러다가 1990년대 일인당 국민소득이 만 달러에 육박하게 된 토양에 국산캐릭터 ‘둘리’가 때맞춰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  캐릭터의 발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우리 사회가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경제가 침체되자 외국산 캐릭터 수입이 소강 상태를 맞게 됐다. 외국 캐릭터의 주춤세와 당시 인터넷 환경을 통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폭발적인 인기는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콩콩이’, ‘마시마로’, ‘졸라맨’, ‘딸기’ 등의   신생 캐릭터들의 등장시켰고, 2001년을 기점으로 국내
캐릭터 시장의 60%가량을 국산 캐릭터가 점유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캐릭터의 흥망성쇠에 경제만이 영향을 끼치는 것 은  아니다. 흥하고 있는 캐릭터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징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먼저, 어른들의 캐릭터 사랑은 현대인의 바쁜 삶과  외로움 이 반영된 결과이다.“어린이들은 영웅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보며 캐릭터에 자신을 동질화시키려 하고, 성인들 또한 어린 시절 간직했던 잃어버린 순수함을 찾고 싶어하는 유아회귀본능이나 피터팬 신드롬의 단편으로 캐릭터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한창완 교수의 말처럼 사람들은 바쁘고 외로울수록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필요로 하기에 현대의 성인들에게 이런 경향이 더하다고 한다.

또한 요즘 캐릭터를 보면, 기존의 것들이 내포한 전통적인 속성의 매너리즘을 극복하려는 강한 성향을 확인할 수도 있다. 오늘날 사랑받는 ‘딸기’나 ‘콩콩이’ 등은 정형화된 미(美)의 모습을 담고 있었던 과거의 캐릭터들에 비해 예쁘지는 않지만 정이 가는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다. 이에 대해, 강병길(숙명여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한 캐릭터 공모전 심사에서 “요즘 캐릭터들은 모더니즘적 획일화를 거부하고, 사람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평범한 진리에 입각한 자기 중심의 가치 표현에 보다 충실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위문화의 표출, ‘개성’으로 승부

그리고 다양성과 기성 세대의 주류문화에서 소외되었던 하위문화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는 엽기 캐릭터로 표출됐다. 이와 관련, “‘엽기’코드도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며 “지금은 분명히 존재하는 문화풍속도가 없다”는 심평보 한국캐릭터협회 사무국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엽기코드 이후에 생겨날 새로운 문화코드를 찾고 있는 신세대들의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앞으로의 캐릭터를 예측할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은 캐릭터가 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과 접목으로 전망 밝아

한편, 최근 캐릭터는 사회가 컨텐츠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를 반영,  하나의 브랜드로서 변모해가고 있다. “운동화에 나이키 상표가 들어가 있으면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 것처럼, 이는 인지도 있는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미스터케이 라이센스사업부 박준상 씨의 말은 캐릭터가 앞으로 디지털 기술과의 새로운 접목을 통해 발전할 것임을 짐작케 해준다. 이제 캐릭터는 하나의 상징이나 디자인으로서 정지해 있는 대상이 아니라, 인터넷 환경으로의 영역 확장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주체가 됐다. 캐릭터는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창으로서 지금, 바로 우리 옆에서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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