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성인남자 흡연율은 65%로 세계적으로 최상위에 올라있으며 여자와 청소년의 흡연율 역시 높은 증가세에 있다. 전체 암 발생 원인의 1% 미만을 차지하는 식품첨가제 중 발암물질에 대하여는 온갖 법석을 떨면서 흥분을 하던 국민이 모든 암의 30%를 유발하는 담배에 대해서는 이상하리 만치 관대하였다. 하기야 두부에 사용 금지된 식품첨가물을 넣어 만들면 마치 살인죄를 지은 것처럼 경찰에 단속되는 모습이 TV에 방영되는 반면 담배는 버젓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팔리고 있으니 혼란스러울 만도 하다.

공기업이던 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되면서 그 동안 공론화되지 못하던 흡연의 위험성이 알려지게 되었고 몇몇 관계자들이 금연의 필요성을 주장하자 마치 흡연의 폐해가 최근에 밝혀진 것처럼 갑자기 금연 운동이 시작되었다. 모든 언론이 어느 순간 금연에 관심이 생긴 것도 약간 인위적인 냄새가 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흡연과 관련된 조그마한 외신도 모든 TV와 신문에 방송되었다. ‘빨리 오른 열기는 곧 식는다’는 속담처럼 온 나라가 금연 열풍에 떠들썩하더니 담배인삼공사의 담배 판매 실적은 다시 회복 중이라고 한다. 월드컵 열풍이 금연하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 버렸다는 변명도 있고 그럼 그렇지 금연 약속이 얼마나 지속되겠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고인이 된 이주일 씨의 금연 광고도, 매일같이 언론에서 쏟아지는 흡연의 폐해에 대한 뉴스도 흡연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니코틴의 약물의존성도 원인일 것이고 수 년, 혹은 수 십년간 식탁에서, 또는 잠자리까지 끼고 살아 온 습관적인 담배에 대한 열정이 마치 가족처럼 떼어 놀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흡연을 처음 시작하던 때를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흡연자들이 처음으로 담배를 접하게 되는 시기가 대부분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즉 청소년 시기라고 한다. 같은 학교의 친구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여 몰래 시작하였을 것이다. 아니면 담배를 피우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바람과 욕구가 약간 풀리는 재미를 맛보았을지도 모른다. 재수 학원을 다니면서, 혹은 대학에 들어와서 미성년자라는 사회의 제약으로부터 풀리면서 가장 먼저 느껴보는 성인의 자유일 수도 있다. 대학입시라는 지긋지긋한 고민에서 벗어나 사회의 고통, 미래의 진로, 이성 문제 등 다양한 갈등을 어른스럽게 담배 연기와 함께 날려보내는 낭만도 있을 것이다.
 
문제점은 사리판단의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기에 충분한 정보도 없이 자신을 평생 옭아매면서 큰 영향을 미칠 흡연에 대하여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혹시 담배를 배우기 전에 이 담배 안에 2천 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은 바는 있는가? 2천 여 가지 화학물질 중 발암물질이 4백 여 가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떤가? 니코틴이라는 습관성 약물 성분이 있다는 것, 전체 암 발생의 30%를 일으키는 것, 그리고 내가 흡연할 때 옆에서 간접 흡연하는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는 정보를 접한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결단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조그마한 물건을 살 때도, 학원을 선택할 때도, 심지어는 영화 한 편을 볼 때도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을 겪고 어떤 결정을 하면 그 결과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는데 반하여 과연 흡연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 적이 있는가? 이러한 중요한 정보는 모두 우리가 흡연이라는 중요한 생활 습관을 결정한 이후에 접하게 되었다. 이미 수 년, 혹은 수 십년간 습관성 약물에 노출되고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되고 난 이후에 이러한 사실을 알고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왜 금연을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도 없이 주위의 권고에 따라 금연 시도도 해 보고 때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자기 합리화도 해 본다.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고대 학생들은 이 점을 생각해 보자. 담배를 피우기로 결정할 당시에 이처럼 흡연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알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담배를 배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우선 뒤로 미루고 지금 이 시간에 처음으로 담배를 배우는 입장이 되자. 얼마동안 담배를 가까이 했는지를 잊어버리고 과거의 그윽한 담배 연기와 향기도 모두 잊어버리자. 단지 내가 오늘 처음으로 담배를 피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순간으로 생각하고 고민해 보기 바란다. 과연 담배를 배우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습관성이 되지는 않을 것인지를 말이다. 적어도 사리판단의 능력이 떨어지지 않은 시점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칠 흡연에 대하여 결정을 내리자. 담배를 배우자.

김열홍(의과대교수, 종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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