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로마나(Pax Romana)’. BC 1세기 말 제정(帝政)을 수립한 아우구스투스의 시대부터 5현제(五賢帝) 시대까지의 약 200년간 계속된 로마의 평화시대요, 자랑스런 절대권력과 영광의 시대를 말한다. 그러나, 로마가 아닌 국가 특히 주변 약소국에게는 암흑의 시기요, 억압과 착취가 난무했던 시기였음은 크리스마스 즈음 반복되는 종교영화를 통해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번영 뒤에는 많은 식민지, 노예들이 숨어있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증대됐고 막대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1989년에 견제세력이던 소련의 붕괴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며 미국의 전성시대는 지속되고 있다. 로마의 영광을 미국이 재현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미국에게는 식민지가 없다. 1863년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이후 노예도 없다. 오히려 주변국가에 자국의 군대를 파견하여 평화를 지켜 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로마시대와 달리 주변국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공식적’이라는 수식어를 서글프게 한다. B.C 80년 경 그리스에서 있었던 8만여 명의  로마인 학살은 오늘날  9?1테러로 재연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은 ‘왜 우리만 미워하지?’를 외치고 있다. 테러를 옹호하고 싶지도, 변방국민의 열등감에 의존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우리의 맹방 미국의 행태는 우리를 아찔하게 한다. 비록 주변 국가가 동조하지 않아도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이라면 불량 국가가 되고, 어떠한 사안도 맹방의 반열에서 벗어나면 적이 된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주권국가라도 미국의  필요에 따라서 미국 군수물자의 소비지로 전락하니, 생존의 방법은 미국에 순종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잘못 뽑은 대통령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후손들을 생각하며 비굴하게 4년을 버틸 수 있겠지만, 미국의 자만은 이미 미국인 대부분에게 퍼져 있는 듯 하다.

9.11사태 이후 우익 편향 방송인 Fox TV의 시청률이 비교적 사실적인(그래도 미국편이지만) 보도로 사랑받던 CNN의 그것을 앞서고 있다.

멀리가지 않고 우리 주변을 보자. 고의가 아니길 바라지만 미군에 의해 여중생이 압사당하고,  나라법이야 어떻든 고궁 옆에도 미국의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미군의 범법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행동이 주권국가 대한민국 법보다 우선시 되고 있는 현실은, 소수 미국인의 잘못과 실수보다는 다수의 마음 속에 있는 자만심에서 기인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군부대 주변, 대학가, 거리에는 미국의 자만이 쏟아내는 고성과 범법행위가 넘쳐나고 있는 오늘,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법을 따라야하는 현실에 우울해 진다.

<巨富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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