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의 특집기사들은 57주년 기념을 맞이해 고대신문을 통해 지난 반세기의 고대의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열어나가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주제들로 구성돼 있었다. 선배들의 목소리로 듣는 과거의 모습과 현재 대학생들의 가치관, 생활에 관한 설문조사들은 그동안 대학이 얼마나 많이 변해 왔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중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건 미래고대에 관한 기사였다.

과거는 지금의 우리를 형성해 왔으며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고대신문을 보면서 항상 아쉬웠던 것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를 학생이 아닌 대학의 총장, 사무처장, 기획예산처장 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번호에 담겨진 장대한 기획의도에도 불구하고 고대의 미래를 계획했던 건 서창캠퍼스의 학우들이 아닌 학교운영자들의 마스터플랜이었다.  

호돌이는 아침형 인간으로서 새벽에는 운동하고 신문 보며 오전에는 ‘죠셉’의 숙제를 위해 교우 ‘스티븐’을 만나려 했고 오후에는 필수코스인 영어마을에서 빵가게 주인역할을 하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 호순이는 낮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저녁에는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은 후 흩날리는 낙엽과 함께 클래식 공연을 듣는다. 이것이 이상적인 고대의 미래이다. 인문대는 철학을 논하고 역사를 말하기 보다는 영어연극을 하는데 집중돼있다. 호순이의 미래에는 높아져 가는 등록금에 허덕이는 그 누군가는 없다. 누구의 이상이며 누구의 ‘완벽한 계획’인가?  

50년 이후의 고대신문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지금의 고대신문일 것이다. 해방 이후 지난 반세기 시대를 가로지르며 진리를 논하고 사회를 비판했던 대학언론으로서 앞으로도 학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언론으로서 ‘주체성’에 대한 좀더 심도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남후희 (문과대 사회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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