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34호( 9월 16일자) 「고대신문」 사설 ‘정기 고연전 마음껏 즐겨라’를 읽고 나서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아마도 「안티 연고전 모임」 등을 비롯한 고연전 비판 움직임을 두고 쓴 글이라고 생각되는데, 과연 이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한 후에 쓴 글인지 의심스러웠다.

우선, 사설에 따르면 ‘고연전은 기원으로 보나 그 이후의 경과로 보나 미더운 동지 또는 영원한 맞수로 미칭(美稱)되는 라이벌이 벌이는 순수한 일개 친선 스포츠 축제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고연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고의적으로 축소시킨 것이며 매우 자의적, 자위적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알기론 고연전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잠시 일탈하여 삶에 엑센트를 주는’ 축제의 효용 자체에 반기를 든 것이 아니다. 그들이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고연전이 외부에 대해서 배타적이라는 점, 학벌의식을 고착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점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 고연전 마음껏 즐겨라’라는 사설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오히려 고연전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은 ‘학벌주의, 집단주의 운운하며 이데올로기적 의미(만)을 찾는’ 고리타분한 집단인 양 몰아세웠다는 느낌이 든다.

그에 비해서 고연전을 즐겨야만 하는 이유를 역설함에 있어서는 갑자기 지나치게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논리 면에서 매우 설득력이 떨어졌다. 특히 고연전의 의미를 ‘아무 이유 없이 산을 오르는 것’에 비유하여 ‘순수하게 축제를 즐기라’는 식으로 논리를 이끈 점을 매우 엉뚱하면서도  어색했다. 고연전을 통해 엘리아스 카네티류와 칼 구스타프 융을 발견할 정도의 사회적 통찰력의 수준에 감탄했다가도 ‘고연전’과 ‘등산’의 유비추론에 이르러서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고연전이 학벌사회를 공고히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엘리트 의식 없이는 유지되기 힘든 점을 인정한다면, 차라리 그 점에 대해 주목하고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라고 본다.

학내 언론이라는 매체가 다수 학생들의 관심과 취향을 반영하려 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때때로 소수 의견이지만 의미 있는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에는 그 소리에 성실히 응답해주고 나아가 그 의견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고 나오는 것도 중요한 의무일진데 이번에는 그런 임무를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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