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적으로 성장한 우리 영화산업과 함께 영화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음악이 없는 영화를 상상해보면 영화에서 음악이 갖는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영화 <신부수업>과 <빈집>의 음악을 맡았던 이용범(동양사학과 91학번)씨를 만나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동양사학과에 진학했지만 특별히 역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음속으로는 막연하게 음악가가 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뭘 해야할지 여러 가지를 알아보자고 마음먹었을 때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음악에 대해 공부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책을 사보며 이론을 공부했고 후에 레슨을 받고 학원도 다니며 열심히 음악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고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유학을 결심하게 됐고 버클리음대에 진학했다.

△음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
- 아직 내가 음악을 시작한지 10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음악인생의 전체에서 본다면 가장 힘든 일은 아직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시점에서 본다면 버클리음대에서 잠시나마 가난한 유학생활을 버텼던 때가 힘들었다.
뿌듯했던 때는 전에 내가 맡았던 의 음악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을 때였다. 또, 영화 <신부수업>의 음악 작업을 마쳤을 때도 뿌듯했다.

△음악 창작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 나는 음악 작업하는 걸 매우 좋아한다. 따라서 힘들게 작업을 하고 잠을 자지 못해도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 시작할 수 있다. 또, 직업이다 보니 꼭 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늘 가지고 있다.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 영화음악작업은 우선 시나리오를 보고 아이디어를 짠 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한다. 배우들이 춤을 추는 장면같은 경우는 연습이 필요해 곡을 미리 만들고 감독, 안무가와 상의한다. 그러나 영화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시시각각 그것을 쫓기가 힘들다. 영화는 화면과 음악이 맞춰져야 하기 때문에 편집이 고쳐지면 다시 음악을 바꿔야 한다. 따라서 편집이 모두 끝나야 영화음악도 제대로 완성될 수 있다.

평소에는 작업실에서 그 때 그 때 피아노를 치며 녹음해 놓는다. 그리고 운전을 할 때도 녹음기를 가지고 다녀, 아무 음이나 흥얼거리다 좋은 곡이 떠오르면 바로 녹음을 한다. 내 생각에 화장실에 있을 때 생각이 잘 나는 것 같다.(웃음)

△영화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
- 버클리음대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할 때, 과제로 다큐멘터리 음악을 제작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영상에 소리가 전혀 없을 때와 소리가 있을 때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음악이 있으면 그 장면이 더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영화음악의 매력을 알게 됐다.

△현재 한국의 영화음악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계속 좋아지고 있다. 물론 불만스러운 점도 있겠지만 한국의 영화음악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겪고 있는 점일 것이다. 최근 여러 OST에 가요가 많이 나오는 추세인데 가요와 영화음악은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가요는 음반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이 듣고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음악은 음반보다 화면으로 보여지는 면이 더 많다. 또 내가 어떤 방향을 원해도 그것이 화면과 맞지 않다면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즉, 영화음악은 화면적 제약이 크다. 따라서 아직 한국의 영화음악은 따로 들으면 심심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계속 발전되고 있기 때문에 더 완성도 높은 음악이 나올 것이다. 앞으로 한국 영화음악산업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음악관련기반이 타대에 비해 부족한 본교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 내가 학교를 다닐 때도 그점이 불만이었다. 고대는 음악관련학과도 없고, 교양수업의 수도 적다. 최근 고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와 학술교류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두 학교는 멀리 위치하고 있고, 한예종은 전문적인 수업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고대의 학생이 한예종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한예종의 교수님이 고대로 와 순수예술계열의 강의를 해주는 방법이 있다. 고대의 학생들이 다양한 예능관련 수업을 들을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다.

△본교생과 영화음악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 학생들이 공부 이외의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 자신이 세운 목표가 학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학업에 열중해야하지만 그런 사람일지라도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경험을 가져본다면 더 효율적일 것이다. 편견없이 여러 가지를 다 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생활과 20대는 금새 지나가고, 지나고 나면 너무나 아까운 시간들이다. 따라서 하나라도 더 보고 더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영화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웃음)

그리고 영화음악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정말 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시작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일은 자신에게 주어진 학벌같은 기득권을 버려야만 하는 것이다. 또, 신체적으로 힘든 일도 많다. 일주일에 8시간밖에 자지 못한 적도 있다. 따라서 이 일을 좋아해야만 힘들어도 기분 좋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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