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원 대북 지원설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당장 통일이라도 될 듯 하던 6.15 남북공동선언이 돈으로 산 ‘값비싼 쑈’였다는데 허탈해 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의 말이 옳든 진실이야 밝혀지겠지만, 이번 일이 대북관계 전반을 정치적으로 곡해케 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북한의 갑작스런 아시안게임 참가에도 무슨 모종의 뒷거래가 있지는 않았는지, 이산가족 상봉이나 경의선 연결에도 무슨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유난한 우리 정서상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의심이 자칫 시각교정에 들어선 우리의 대북관에 이념의 칼자루를 들이대 국민들을 斜視로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특히 경의선 복원을 두고 경제성 운운하며 그 실효성을 논하는 일부의 주장은 경의선 복원이 갖는 이면의 효과들을 간과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경의선 복원이 단순히 남과 북의 철도를 이었다는 것뿐 아니라 “반세기 이상 한민족간에 닫혀 있던 마음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면서도 “임기말 대북업적 쌓기에만 열중하는 정권의 전략”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그야말로 言語道斷이다.

경의선 복원으로 우리 나라가 얻는 현실적 이익은 차후의 문제인지 모른다. 57년만에 이어지는 민족의 동맥이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통일환경 조성에 음으로 양으로 크게 기여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시멘트 담벼락에 불과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데도 4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철조망과 지뢰로 봉쇄된 DMZ가 완전히 열리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 첫 출발이 정쟁으로 오염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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