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계단,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안내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극장시설 등의 다수를 위한 현실은 장애인들에게 극장을 찾는 즐거움을 앗아갔다. 이런 현실에 대한 작은 경종이 울린다. 그들의 또 다른 눈과 귀가 되고자 ‘소리를 보고 그림을 듣고’라는 주제로 「제3회 장애인 영화제」가 오는 10일(목)부터 13일(일)까지 4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장애인 영화제는 작은 시도에서 비롯됐다. 1999년 봄 영화 『쉬리』가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며 흥행에 성공하고 전 국민이 『쉬리』를 보았다는 말이 나돌던 때, 화면만 볼 뿐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있어서 한국영화를 영화관에서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때 (사)한국농아인협회는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한글자막을 넣은 『쉬리』를 상영했고, 그때의 뜨거운 반응은 전체 장애인의 행사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으로 확대돼, 장애인 영화제는 처음 시작됐다.

장애인 영화제는 본디 신체적인 장애로 영화관 접근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초청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하며,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또한 장애인을 소재로 하고 장애인이 참여하는 영화에 지원하는 사전제작지원사업을 통해 장애인들의 영상물 제작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이번 영화제에는 개막작인 『오아시스』와 폐막작인 『YMCA 야구단』을 비롯,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집으로』,『연애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장편 13편과 단편 5편, 단편 애니메이션 5편이 상영되며, 이 밖에도 지난 영화제에서 사전제작공모에 당선돼 1년 동안 제작을 마친 『설문대할망 큰 솥에 빠져죽다』, 『테레비』, 『Subway Kids 2002』를 포함해 총 26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상영작으로 선택된 이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장애인 영화제에서는 장애인들이 보다 불편함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영화관 입장에서부터 영화 관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우선 지체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상영되는 모든 영화에 한글자막을 넣어 상영하며, 소리를 듣는 뇌의 특정부분을 자극하여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골도기기를 비치해 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을 돕고, 일반인이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영화의 대사와 대사 사이에 장면을 말로 설명하여 별도의 헤드폰을 쓰고 이를 청취하는 방식의 화면해설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그리고 이번 영화제 기간 중에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양수리 서울 종합촬영소 나들이, 장애인 영화관람기법 도입을 위한 세미나, 연예인 축구단 「아리랑」과 함께 하는 장애인 한마음 체육대회 등을 열어 보다 많은 문화적 체험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장애인의 문화 향유 욕구 동일
영화 관람 지원 정책 마련돼야

영화제를 준비하는 이들은 소박한 꿈을 꾼다. 장애인 영화제 사무국 홍보팀 박윤수 씨는 “영화제 장소 섭외 등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높은 벽을 느꼈지만, 이번 영화제가 일회성 축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으로 침투해 장애인의 문화생활 여건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며 “무엇보다 장애인들도 우리와 같은 문화욕구를 지닌 사람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전제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영화제 관계자들은 영화제의 의의가 더욱 확대돼 장애인 영화 관람 지원사업이 정책으로 수립되고, 일반 극장에 장애인 전용석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장애인 영화제는 우리사회 장애인 문제의 해결점이 아니라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수많은 과제의 출발선 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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