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해 ‘방가방가’란 인사로 이 글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안냐세염’도 좋겠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방가방가’와 ‘안냐세염’을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 혹시 지나가는 버스에 “ㅋㄷㅋㄷ 바다쓰기 0점 마子떠여!!”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으신가? 522-2번 버스가 학교 앞을 지나니 한번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드셨다. 중국 글자를 빌려다 쓰는 우리의 현실이 안쓰럽고 어리석은 백성이 불쌍해서 여러 해 동안 연구를 거듭한 끝에 자음과 모음 스물여덟 자를 만드셨다. 드디어 문자독립이다. 이로써 양반들뿐만 아니라 민초들도 노력하면 우리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 한자를 쓸 때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권력이든 돈이든 지식이든 뭐든 여러 사람이 골고루 나누고자 하는 게 민주주의라면 한글은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위해 태어난 위대한 글자이다. 그래서 언문 또는 암글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온갖 박해를 받았나 보다.

한글은 제자원리가 뚜렷하다. 자음은 발음하는 기관의 모양을 본떠 ‘ㄱ, ㄴ, ㅁ, ㅅ, ㅇ’ 다섯 자를 만들고 획을 더하고 나란히 쓰는 병서의 원리로 만들었다. 이를테면 ‘ㄴ’은 혓소리가 나는 글자인데  ‘ㄷ, ㅌ, ㄸ’은 같은 자리에서 소리가 나는 글자로서 ‘ㄴ’에 획을 더하고 나란히 써서 만들었다. 모음은 요즘 ㅅ 사에서 만든 손전화의 문자입력방식처럼 천지인(ㆍㅡ ㅣ)의  원리에 따라 만들었다. 본디 모음의 제자원리를 그 회사가 따른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인 글자, 우수한 글자라고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만든 스물여덟(현재 스물넷) 자만 알면 온갖 글자를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고 하는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 사람들은 10만 자 정도 되는 한자를 배우기 위해 평생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래도 다 알 수 있을까?

최근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었지만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물론 한자를 알면 아는 만큼 좋겠지만 결코 필수는 아니고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사실 요즘은 영어가 득세하는 세상이다. 조선시대 때 중국 글인 한문을 알아야 관직에 진출할 수 있던 것처럼 지금은 영어를 좀 해야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가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어쨌거나 그래서인지 전공이 뭐든 간에 영어를 잘 해야 취직이 된단다. 자연히 너도나도 영어를 배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서너 살밖에 안된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낸다. 심지어 영어발음을 잘 하기 위해 혀를 절개하는 수술까지 한다. 아이 스스로 한 게 아니고 엄마가 그렇게 했다. 그 애는 찢긴 혀가 아프겠지만 놀란 나는 가슴이 찢어졌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시라. 과연 살아가면서 영어를 쓸 일이 얼마나 되는지, 대한민국 열사람 가운데 정말로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를. 거기 해당되는 소수를 뺀다면 국민 모두가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수의 영어전문가를 양성하면 될 일을 갖고 왜 정부는 온 국민에게 쓸데없이 부담을 주고 무거운 짐을 지우는가? 우리에겐 아름다운 한국어가 있고 훌륭한 한글이 있는데 그렇게도 자신이 없는가? 얘기 꺼낸 김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마디 하자. 나 영어 못해도 맘 편히 살고 싶다! 여긴 대한민국 땅 아닌가.

10월 9일은 556돌 한글날이다. 오백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한글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에 얼싸안고 기뻐하지는 못할망정 이 무슨 청승맞은 푸념인지 참으로 분통터질 노릇이다.

그러니 이제는 제발 우리말을 좀 사랑하자.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글자를 붙여 썼고 철자도 일정치 않았다. 주시경 선생이 독립신문을 만들며 문장의 이해를 위해 비로소 띄어쓰기를 시작했고, 혼란을 막기 위해 철자도 통일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일제 때는 ‘마지막 수업’도 있었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도 있었다.

우리말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방가방가’란 낱말이 머지않아 사전에 오를 수도 있겠지만 “☆上관 없능궈능”과 같은 어느 네티즌의 글처럼 문법과 철자를 마구 파괴하는 외계어는 곤란하다.

우리말에도 개선과 개혁은 필요하지만 위와 같은 외계어는 둘 중 어느 것도 아니다. 부디 자세를 가다듬어 선배들이 한 일을 존중하면서 새로움을 모색하고 창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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