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월드컵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지만 정작 월드컵 개최국에 사는 K군의 심정은 禍로 후끈 달아올랐다.

월드컵 개막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K군의 아버지는 파업을 단행했다. 정말 더 이상 문제해결을 미룰 수가 없었기에 세계의 축제 기간에도 자신들의 권리찾기를 소망한 것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조차 월드컵을 볼모로 또 시작이라는 둥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축구가 보고 싶어도 거리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심정은 그 누구도 몰라주는 것이다.

정부의 ‘월드컵 무파업’ 방침은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 기간에 파업이나 집단행동을 벌이면 국가이미지가 실추되고 결국 국가 경제에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조금은 순진한 논리다. 노사의 갈등을 잠시 가려서 전세계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리라 기대하는 바보같은 정부를 K군은 연민의 눈빛으로 쳐다보기조차 어려웠다. 명동성당에 동지들을 남겨둔 아버지의 담배연기 속에서 K군은 무엇하나 도울 수 없는 무력한 자신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IMF시절 거리에서 떡볶이를 팔아 근근히 살아가던 어머니 역시 월드컵의 피해자이긴 마찬가지였다.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고 깨끗한 거리 조성에 동참하기 위해 어머니는 ‘밥줄’을 고스란히 놓아버려야 했다. 길거리만 깨끗하다면 K군의 식구가 며칠 굶는 것은 정부가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KOREA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깔끔한 이미지를 찾으면 그만인 것이었다.

이러한 외관 살리기가 KOREA의 내력인지 K군은 얼마전 자신이 호랑이에게 흘리게 한 노란 눈물도 월드컵이 다가오면 학생들에게 또다시 잊혀질 것 같은 우려가 몰려왔다. 또 6·13지방자치 선거도 월드컵으로 인해 젊은층에게 소외받는다면 진보정당과 시민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점차 멀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않다. 월드컵이 과연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K군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월드컵 개최국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경기를 보려면 막노동을 이틀 해도 안되는 표값은  경기장 한번 가보고 싶은 동생의 소원을 들어줄 길 없는 무력한 K군을 만들뿐이었다. K군의 가정에 무슨 일이 생기든, 시간은 지나가고 오늘도 월드컵은 FIFA의 수익을 올려주는 중계방송으로 무장한 채 또다시 안방 침투 준비를 하고 있다. 축제는 계속돼야 하기에….

김희선 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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