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두 개의 국가였던 1990년 이전, 동독에는 악명 높은 비밀경찰이 있었다. 이름하여 슈타지(Stasi).

1990년 독일이 통일 됐을 당시, 동독 인구 1600만 명 중 24만 명이 독일의 비밀경찰 슈타지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교원에 운동선수까지 다양한 동독 사람들이 슈타지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이 통일되면서 슈타지 경력을 가진 교원들이 무더기 해고되는 등 24만 명의 슈타지 비밀경찰들은 체제의 붕괴와 통일이라는 새로운 변화와 통일 독일의 흥분 속에서 스러져 갔다.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는 부산 곳곳에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옷을 맞춰 입고 손을 맞잡고 입장하며, 수 백 명이나 되는 북한 응원단이 남한 사람들 사이에서, 북한 때로는 남한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그 응원단은 남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항구의 배에서 며칠째 생활을 하고 있다.

통일이 손에 잡힐 듯한 장면이 텔레비전에서 계속 전파를 타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는 격렬 시위가 벌어졌다. HID 설악동지회 북파 공작원들의 도심 시위.

아마도 북파공작원은 1980년대까지는 남한과 북한의 대립 관계에서 남한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북에 대한 주적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논쟁까지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정부로서는 그들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북파 공작원들이 젊음을 바친 남한의 체제, 그리고 그 체제 유지의 중심 축인 냉전 논리. 그러나 통일을 위해 더 이상 냉전 논리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북파 공작원은 슈타지이며, 냉전 논리는 동독의 사회 체제다. 독일은 동독의 체제를 버리면서 슈타지를 치부로만 취급했다. 북파 공작원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의 전초전일 뿐이다. 북파 공작원도 우리의 슬픈 과거의 한 모습이다. 정말로 통일이 모두가 하나됨의 의미를 갖는다면, 분단 시대에만 존재할 수 있었던 북파 공작원들도 통일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정부에게 그리고 통일의 주체인 우리들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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