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조짐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주 미국 하원은 유엔을 통하지 않고서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이라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 나라의 의회가 국제사회의 법질서를 무시하고 독단으로 결정한 결의안이 가공할 효력을 행사한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세계의 어느 기구도 그러한 미국의 독단을 막을 힘이 없다는 것은 우리에게 자괴감마저 안겨준다.

미국은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라크 공격을 위해 유엔의 결의안 채택과 무기 사찰 등 외교적 방법을 강구해 왔으나 유엔 이사국의 반발로 힘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하원이 부시행정부의 대이라크 공격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은 누가 봐도 국제질서를 무시한 厚顔無恥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도 미국의 독단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 채택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러시아 프랑스 독일은 물론이고 미국의 영원한 우방인 영국의 언론마저 ‘부시의 이라크 위협이 과장·왜곡되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결의안에 반대 표를 던진 미국 하원의원들은 ‘두려움이 우리로 하여금 상대방을 죽여야한다고 생각하게 하고 아니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항변한다. 결국 부시행정부의 근거없는 두려움이 국내 여론을 조장해 전쟁을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패권국가임을 자부하는 미국은 그동안 자국의 이권을 위해 국제분쟁 중재 평화유지군 파견, 빈국 경제지원 등 국제사회의 리더로서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자국에 적대적인 국가를 무력으로 응징하려 함은 유엔의 존재와 국제질서를 유린하는 오만한 영웅주의 이다. ‘힘에 바탕을 둔 미국의 평화’를 맹신하는 부시행정부의 오만한 영웅주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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