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않는 바람에 무슨 풍경이 있느냐고 되물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을 바람의 맛은, 현관 틈새로 몰래 들어오는 바람도 아니고 살을 애는 칼바람도 아닌, 세상의 모든 욕망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움직이며 인간 군상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닫는 풍경 사이에서 느껴진다. 바람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바람의 풍경을 지켜보자. 엉망진창인 세상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합리한 관계들과 고통들을 그냥 덮어두려고 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바람의 사이사이에 우리의 일상은 존재하고 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의 기운이 풍경 속에 스며든 작품이 있어 여기 소개한다. 한번 스치며 지나가고 마는 바람의 순간 풍경을 예술적인 이미지로 승화시킨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종의 환영을 의도한다. 네 명의 남자들은 풍경 속에서 걷는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모자, 나뭇잎, 종이가 날린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돌발은 순간의 체험과 함께 이 작품에서 영원히 융합된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세기 일본 최고의 예술가 호쿠사이(Hokusai)의 『Thirty-six Views of Mount Fuji』 연작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화면의 구성과 주제는 서로 유사하다. 하지만 작가는 호쿠사이의 이미지를 업데이트한다. 높디높은 후지산 대신 현대의 풍경에 등장할 수 있는 인물들을, 19세기의 농부 대신 20세기 현대인을 배치했다. 하지만 자연은 여전히 불변의 힘으로 나타난다. 사진 전면의 인물들은 바로크식 뒤틀림으로 흔들리고, 파동치는 강 물결은 고전적인 ‘아르카디아적 장면(Arcadian scenes)’을 환기시킨다. 그런데 실은, 언뜻 보면 완벽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드라마의 한 장면 정도로 보이는 이 사진의 풍경은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하여 각색한 복잡한 가짜 세계이다.

매번 접하는 바람이고 풍경이지만, 매번 달라지고 변하는 그것에 우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슬며시 맡겨둔다. 그리고 거짓과 조작, 억압과 자유의 복잡다단한 풍경 속에서 우리의 시각은 그 나름의 방식에 익숙해진다. 바람이 전하는 평범한 이미지가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는 바로 그때, 한번쯤은 바람에 휩쓸려 들어가 그 바람 앞에 있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가을이다. 때되면 꼬박꼬박 바뀌는 네 개의 계절을 가지고 있는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가끔은 나도 모르게 신의 이름을 불러보곤 한다. 연신 부채질을 해대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젠 쌀쌀한 바람에 긴소매 옷을 찾는다. 우리에겐 가을의 전령사로 불릴만한 것이 여럿 있지만, 필자가 느끼는 가을 신호는 ‘바람의 풍경’이다.

보이지도 않는 바람에 무슨 풍경이 있느냐고 되물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을 바람의 맛은, 현관 틈새로 몰래 들어오는 바람도 아니고 살을 애는 칼바람도 아닌, 세상의 모든 욕망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움직이며 인간 군상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닫는 풍경 사이에서 느껴진다. 바람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바람의 풍경을 지켜보자. 엉망진창인 세상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합리한 관계들과 고통들을 그냥 덮어두려고 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바람의 사이사이에 우리의 일상은 존재하고 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의 기운이 풍경 속에 스며든 작품이 있어 여기 소개한다. 한번 스치며 지나가고 마는 바람의 순간 풍경을 예술적인 이미지로 승화시킨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종의 환영을 의도한다. 네 명의 남자들은 풍경 속에서 걷는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모자, 나뭇잎, 종이가 날린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돌발은 순간의 체험과 함께 이 작품에서 영원히 융합된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세기 일본 최고의 예술가 호쿠사이(Hokusai)의 『Thirty-six Views of Mount Fuji』 연작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화면의 구성과 주제는 서로 유사하다. 하지만 작가는 호쿠사이의 이미지를 업데이트한다. 높디높은 후지산 대신 현대의 풍경에 등장할 수 있는 인물들을, 19세기의 농부 대신 20세기 현대인을 배치했다. 하지만 자연은 여전히 불변의 힘으로 나타난다. 사진 전면의 인물들은 바로크식 뒤틀림으로 흔들리고, 파동치는 강 물결은 고전적인 ‘아르카디아적 장면(Arcadian scenes)’을 환기시킨다. 그런데 실은, 언뜻 보면 완벽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드라마의 한 장면 정도로 보이는 이 사진의 풍경은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하여 각색한 복잡한 가짜 세계이다.

매번 접하는 바람이고 풍경이지만, 매번 달라지고 변하는 그것에 우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슬며시 맡겨둔다. 그리고 거짓과 조작, 억압과 자유의 복잡다단한 풍경 속에서 우리의 시각은 그 나름의 방식에 익숙해진다. 바람이 전하는 평범한 이미지가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는 바로 그때, 한번쯤은 바람에 휩쓸려 들어가 그 바람 앞에 있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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