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중앙도서관 2층 어문학자료실에 있는 폐가실에서 책을 빌렸다. 자신의 소속, 학번, 이름, 찾는 책의 제목을 적은 쪽지를 주면 책을 찾아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 폐가실에서 책을 빌릴때면 디지털시대에 괜한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일하는 학생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을 가지고 어문학자료실을 나가려는데 출입구에 설치된 경보기(정상적인 절차없이 책을 가지고 나갈 경우 소리가 나는 것)가 울렸다. 순간 당황한 나는 주위에서 밀려드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민망해진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께 가서 왜 소리가 나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결백하다'는 변명을 해야했다.

담당직원은 폐가실에서 책을 빌렸다고 그냥 나가는 것이 아니라 폐가실에서 받은 책을 보통 때 빌리는 것 처럼 가지고 와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절차를 이해하지 못한 나는 부끄러워 하면서 어문학자료실을 나왔다.

며칠 후 어문학자료실과 같은 층에 있는 제1열람실에서 공부하다보니 '삑삑'거리는 소리가 수시로 들렸다.그 소리는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 처럼 폐가실에 책을 빌려 곧바로 나가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예전에 내가 그랬을 때는 절차를 잘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폐가실에 가보니 책을 빌린 후 보통때처럼 절차에 따르라는 설명이 보이지 않았다.
폐가실에서 책을 빌린 후에는 그냥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절차가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줬다면, 그런 설명서가 크게 붙어 있다면 괜한 오해를 받는 일이나 제1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소리 때문에 방해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태원(문과대 사회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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