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반일감정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하지만 이번의 반일감정이 다른 때와 다르게 느껴진다. 이념, 연령, 계층을 넘어서 전 국민의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야말로 뭔가 바뀌겠구나.’ 라는 생각마저 조심스레 든다.

남한은 반민특위 실패이후 친일에 대한 자기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적청산의 차원에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제치하에서의 근대화를 둘러싼 학술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반일사태의 시작에 본교-국내에서 유수한 고등교육기관인-가 얽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에 대한 자성의 차원에서 총학생회가 주도로 고대속의 친일청산운동이 시작되었다. 물론 총학의 대응이 학술적인 면모 보다는 인적청산에 치우친 면이 아쉽지만, 우리들에게 필요한 일을 했음은 분명하다. 온·오프라인에 걸쳐 고대총학의 이번행동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학내에서도 친일청산 문제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이 가지고 있고, 더구나 사회분위기에 맞물려 총학의 친일청산은 무시 못 할 힘을 가지게 되었다. 고대총학으로써는 모처럼 다수의 지지와 우호적 분위기, 건전한 비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화두를 제시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친일청산이 조심스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누누이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에 대해 다음의 요소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로, 친일로 지목당하는 개인의 명예에 큰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 두 번째, 친일청산이 객관적으로 이루어 지지 못할 경우 오히려 총학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정확한 지적임에도 근거가 부족하여 총학의 친일청산이 실패할 경우, 차후 사회 전체로 뻗어나가야 될 친일청산의 움직임에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고대총학은 자신들의 이번 움직임이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닌 한국사회 전체에 매우 중대한 흐름의 시초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신중한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오성재(정경대 경제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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