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학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숙사 입주가 원칙이다. 물론 북경에서는 원칙이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주거비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이 기숙사 입주를 원하겠지만(기숙사비는 1년에 1500위안(元), 식비 포함), 개혁·개방이 된지 20년이 넘었고 자본주의로 하여 개인간 경제적 차이가 현격한 지금, 몇 십년 전 시설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은 기숙사집단생활을 고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텐데도, 엄청나게 늘어나는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시설을 늘려가면서까지 기숙원칙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기숙원칙학생이 학교 밖 생활을 원할 때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와 부모의 동의서로 학교의 허가를 얻어야한다.

기숙사환경은 거의가 비슷하다. 본과생은 6∼8명, 석사생과 박사생은 2∼3명이 한방에서 생활한다. 방에 들어가 보면, 좁은 공간에서나마 나름대로의 개인공간을 갖고자 모든 침대에 커튼을 쳐서 좀 정신이 없다. 각 방에 전화와 텔레비전은 있으나, 본과생들은 개인용 책상이 없어 많은 학생들이 강의실에 자기자리를 만들어 공부는 강의실에서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도서관은 직원이 퇴근한 이후에는 어느 곳도 개방되지 않기 때문에 강의실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밤 11시에는 전체적으로 소등이 되므로, 시험 때가 되면 강의실에서 밤을 새우는 학생들이 많다. 밤 11시 기숙사 문닫을 시간이 되면, 여학생 건물 앞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연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자기들 이외 주위의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다. 같은 학년 같은 과 번호순으로 모여 살기 때문에 모든 생활습관들이 그러하여, 수업시간에도 여학생들 따로 남학생들 따로 움직이는 것이 꼭 고등학생 같아 보인다. 우리 반 학생들을 봐도 이젠 4학년이 되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연인 한 쌍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앞뒤로 남녀가 나뉘어 앉는다. 그러나 이들도 졸업만 하면 언제였더냐 싶게 달라질 것이다. 한 시대에 30년이 공존하는 중국이니까. 한시기에 30년이 공존하는 것은 북경의 외관뿐만 아니라, 한사람의 의식 속까지인 듯하다.

북경 시내의 대학들은 그 대지 규모가 개교 당시의 인원에 맞추어져 있어서 많은 학교가 늘어나는 학생들로 초만원상태다. 그래서 넘치는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학교밖에 새로운 기숙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또한 높아진 경제수준에 따라 낙후된 시설의 건물을 철거하고 현대식 기숙사를 짓는 학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새로 짓는 건물들은 다분히 인간적이다. 1인당 면적이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방마다 인터넷시설은 기본이다. 휴식을 위한 공간도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대학인 북경대학과 청화대학에서는 늘어나는 학생들을 더 이상 교내에 수용할 수 없어, 환경이 대폭 개선된 새 기숙사를 지어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을 입주시켰다. 이중 북경대학의 기숙사는 학교에서 4km 떨어진 곳에, 기존의 것과는 달리 아파트형으로 지어졌으며, 방이 1개, 3개, 4개인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집에는 전화와 책상 같은 기본시설, 화장실, 더운물이 나오는 세면실 그리고 상당히 큰 거실(12∼26평방미터)이 딸려있다. 방별 인원은 본과생과 석사생 4인1실(석사생은 방이 한 개이면서 넓은 집), 박사생은 2인1실로 배정되었으나, 궁극적으로는 본과생 4인1실, 석사생 2인1실, 박사생 1인1실을 추구한다고 한다. 기숙사비는 1년에 1500위안으로 모두가 똑같다. 4km나 떨어져 있어도 통학차를 운행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숙사와 학교를 통과하는 시내버스를 증차시켰다. 자전거로 20분 거리이니, 막히는 버스길보다는 자전거가 빠를 것이다.

이런 기숙사는 물론 중국인 내국인에 한한다. 외국인과 홍콩, 마카오, 대만 학생들에게는 완전히 분리된 시설에서 학교 밖 아파트값보다 훨씬 비싼 숙사비를 받는다. 물론 시설이야 조금 낫지만, 그래도 숙사비를 낼 때면 도둑맞는 느낌이 들 정도다.

계절마다 바뀌는 북경의 모습만큼은 못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학생들의 생활환경이 개선되었으면 좋으련만, 어디서나 학생들은 순위가 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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