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기념식이 내일로 다가온 우리에게 어제 크나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세계로 도약하는 우리의 뜻을 격려해 주고자 참석해 주신 외빈 여러분을 모시고 돌이킬 수 없는 큰 결례를 범한 것이지요. 공식적인 의전행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학교밖에서 불길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덩치큰 황소도 작은 걸림돌에 넘어질 수 있습니다. 모교를 세계적 사학으로 발돋움 시키고자, 굳건한 초석건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어윤대 총장님 이하 많은 분들의 열정이 사그러들까 저어됩니다.

100주년 기념식이 바로 내일인데 기념식 분위기가 가라앉을까, 1000년을 내다보며 시작한 웅대한 사업이 그대로 주저 앉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지금 우리 모두는 그저 어찌할 바 모르고 혼란스러워 하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비난과 비판보다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 말입니다.그리고, 우리에게 짊어진 빚은 과연 무엇일까요.

외빈여러분께는 지금잠깐 정말 큰 누가되어, 그분들이 기대했던 우리 학교의 세계적 인재육성 열망이 잠시 퇴색되었을 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기대와 열망을 외면한 채 앞으로 그에 부응하는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결례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렇다면 어윤대 총장님을 포함한 책임자의 사퇴와 그로 인한 100주년 기념사업의 외연축소는 되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일 것입니다.

고려대학교는 이번일로 정말 큰 빚을 졌습니다. 그 큰 빚은 그분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한 나라를 먹여살릴 수 있는 천재'를 키워내지 않고서는 갚을 수 없는 매우 큰 빚입니다.

그 빚을 어찌 되갚아야 하는지는 자명한 것 아닐까요? 사회에서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으면서 지탄받는것은 잠시입니다. 그분들께 누를 끼친 것도 작은 실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더욱 두려운 것은 영원히 그 빚을 갚지 못하고 '그냥 한 100년쯤 된 대학'으로 '2류'로 전락하는 이빨빠진 호랑이의 모습입니다.

기업에서 기념관 건립비로 기부한 수백억원의 돈은 세계적인 실력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쓰여져야 하는 뜻을 지닌만큼 그에 걸맞는 후배들이 건전한 인격마저 수양되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합니다.

글로벌 경쟁시대입니다. 경쟁은 살아남는 자만을 강한자로 선택합니다. 강한 한국이 살아남게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 경쟁에서 살아남는 한국이 강한 것입니다.
재학생과 동문들이 다시금 뭉쳐서 도약해야 할 때입니다.

힘찬 도약을 확인하는 100주년 기념식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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