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과정의 숨은 영웅들이 있다. 장기이식수술의 모든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들이 그들이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1950년대 장기 이식 관련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식수술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는 고도의 전문성과 조직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경으로, 1994년 이후에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를 두는 병원이 점차 증가해 현재 60∼70명 정도가 활동 중이다.

미국의 경우,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코디네이터 업무를 할 수가 있다. 이 자격증은 3년 간 유효하며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교육을 받거나 시험에 다시 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특별히 자격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크게 △장기 공여자(생체·뇌사자·사체) 선정 등 장기 구득 △장기수혜 환자를 관리 △교육(상담·정보제공) 및 연구로 나눌 수 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업무는 시간적으로 수술 전·중·후에 따라 구분된다. 우선,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상담을 받기 원하는 개인이나 의사의 판단 하에 이식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이식과정 △비용 △이식 후 생활 및 관리 등의 내용을 상담한다. 상담 후, 장기이식 의사가 밝혀지면 일반검사(혈액검사 등), 정밀검사(심혈관계검사 등)와 면역학적검사(조직 적합성 판단 검사 등)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 내용을 관리한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들은 항상 환자와 상호 신뢰관계를 유지하며 환자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한다. 그리고 수술 직전, 환자들이 이식 받을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장기이식관련 저반적인 업무맡아

외국에 비해 코디네이터 제도 미흡


수술 중에는 환자의 가족을 만나 격려해주며, 수술 도중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는 특히 가족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지지해준다.

 
한편, 이식수술이 성공했다고 해서 병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퇴원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거부반응과 감염에 대한 조기증상을 모니터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해야한다. 또한,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문제되지 않도록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환자의 영양관리 등의 업무 역시 장기이식코디네이터들의 몫. 뿐만 아니라, 그들은 환자와 주치의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축적된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수혜자와 가족들에게 환자의 의학적 상태를 설명해줌으로써 불안감을 해소시켜준다.

 
“과중한 업무에 쉽게 지치기도 하지만, 수술 후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통원치료를 받는 분들을 뵐 때나 ‘비록 우리 가족은 떠났지만, 장기를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새 생명을 얻게하고 싶다’는 환자가족을 만날 때면 보람을 느낀다”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김복녀 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들은 소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시간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일의 성격상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해요. 휴가 차 지방에 내려가 있다가도 기증자가 발생하면 부랴부랴 서울로 와야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죠”라는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홍정자 씨의 말처럼 방대한 업무량에 비해, 업무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난과 관련, 하희선 대한장기이식 코디네이터 협회 회장은 “외국처럼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1인당 관리해야 하는 환자의 숫자가 정해져 있어야 하며, 진료비를 일정하게 계산해주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며 우리나라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