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제는 시작됐다’
지난주 금요일, 2002 한일월드컵대회의 막이 올랐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식에 이은 프랑스와 세네갈의 경기로 시작된 본격적인 월드컵의 흥분 속에서 때로는 아쉬워하며 역동적인 브라운관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들. 조금은 차분하게 월드컵의 의미를 돌아보고 세계인과 함께 하는 다양한 문화행사 속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서울 일대는 물론 각 개최도시가 주관해 열리는 70여 종류의 문화행사가 월드컵을 무대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미술관에서 월드컵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 오는 5일(수)부터 8월 4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다시 쓰는 인류사 - 너와 나, 다른 우리가 함께 세우는 조화의 탑’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바벨 2002」전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 월드컵에서 한 마음으로 화합하는 것처럼 전 세계의 다양한 얼굴과 언어를 다루고 있는 미술품들을 한곳에 전시함으로써 세계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기획된 이번 전시회의 제목인 ‘바벨’은 대홍수로부터 살아남은 노아의 후손들이 바빌론 지역에 세웠다는 거대한 탑의 이름. 신은 인간의 오만에 대한 벌로써 의사소통을 막아 서로 흩어지게 했는데, 이것은 바로 인종, 민족,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성서적 해석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잘 나타내 준다. 첫 번째 주제 ‘인종-얼굴(RACE-FACE)’에서는 국내외 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바탕, 인간들의 다양한 얼굴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두 번째 주제 ‘언어-대화(Langue-Dialogue)’에서는 언어와 문자 등을 소재로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을 탐구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 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 02)2188-6000)

다음으로 외국인들과 함께 월드컵 개최국가 한국의 역사 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코리아 스케치」기획전 역시 이목을 끄는 행사. 8월 26일(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과 야외전시장에서 있을 이번 전시회에는 19세기 후반 한국, 서양문물이 전래되고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었던 시기의 유물과 사진자료 3백50여 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파란눈에 비친 한국,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외국인들이 본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항기 서울거리 체험과 마포나루, 종로거리 재현, 궁중무·줄타기·상여놀이 등의 한국 전통문화 공연까지 함께 할 수 있어 보고 듣고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매주 화요일 휴관, 02)732-1346)  

신나는 북소리에 월드컵으로 들뜬 마음을 실어보려면 「서울 드럼페스티벌」을 찾아 귀기울여보는 것이 어떨까. ‘공명, 신명, 감명(Beat it! Enjoy it! Feel it!)’을 테마로 동양과 서양의 소리를 한데 모은 이 행사는 인류에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소리인 ‘두드림’을 통해 전 세계인이 조화를 이루는 장을 마련한다. 국내 15개, 국외 20개의 드럼팀이 펼치는 타악 공연은 오는 5일(수)까지 매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야외무대 앞에서 열리며, 10일(월)까지 우리 미술 속에서 찾아보는 놀이와 관련된 전시 ‘미술로 보는 스포츠와 놀이’와 세계드럼전시회도 만나볼 수 있다. (www.drumfestival.co.kr)

마지막으로 월드컵 기간에 젊은 문화의 거리로 발길을 옮겨 희망과 도전을 노래해 보자. 2002년으로 다섯 번째를 맞이한 독립예술제가 이제 아시아의 젊은 문화예술가들을 위한 축제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로 거듭난다.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홍대 주변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대중들과 함께 순수예술의 폐쇄성과 대중문화의 오염성을 비판하는 대안문화의 장을 마련했다. 오는 15일(토)까지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음악, 미술, 연극, 마임, 퍼포먼스, 독립단편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백49개 국내외 문화예술단체 및 개인이 참여하며, 고성방가(음악축제)·내부공사(미술전시)·이구동성(무대예술)·중구난방(거리예술)의 예술제 4개 부문과 아시아의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소개하는 해외교류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내일(4일)에는 문화연대와 공동 주최로 ‘독립문화의 생성과 탈주 : 새로운 도전과 모색’이라는 주제의 학술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www.seoulfringe.net)

한편, 총 10개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 경기는 각 개최도시마다의 특징과 지방색을 살린 행사들과도 함께 한다. 부산의 아시아 단편영화제, 대구의 한국전통복식 특별전, 광주의 남도예술 공연, 전주의 종이문화축제, 제주의 서귀포칠십리 국제바다축제 등이 그것.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은 ‘문화월드컵’으로서의 의미도 크다”며 “전국을 월드컵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문화를 통해 세계를 아우르는 월드컵 축제는 시작됐다. 저마다 갖고 있는 축구경기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모아 응원의 열기에 동참함은 물론, 다양한 문화행사의 그라운드로 힘껏 뛰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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