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 에프엠. 에프엠~ 에프엠. 에^프^엠~ 에^프^엠~ 안녕하십니까~ 민족 고대~”

흥겨운 곳이나 새로운 얼굴이 있는 자리에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다. 그렇다면 이 FM(에프엠)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부터 생겨난 것이고 각 구호의 의미는 어떻게 될까.

구호문화 중 하나인 FM이 생겨난 시기는 대략 1980년대 중반으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전국적 학생회조직이 생기면서 이와 함께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전으로 내려와 정확한 시기는 알 수없다. 단지 1980년대 중반 운동권에서는 나름대로의 절도와 젊고 냉철한 이미지의 자기소개법이 필요했고 그때 생겨난 것이 지금의 FM과 유사한 음을 갖는 구호였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FM이라 불린 것은 아니고 예비역들이 군대용어인 FM(Field Manual)을 차용해 사용하면서 서서히 붙여진 이름이다. 초기의 FM은 “안녕하십니까. 민족 고대로 시작해 간단하게 학과와 학번, 그리고 이름 정도만 소개하는 것이었다. 각 단과대나 학과 앞에 구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김진국(심리학과 85학번) 씨는 말한다.

FM이라는 명칭과 함께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져 사용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각 구호를 포함해 지금과 같은 형태의 FM이 나타난 시기도 바로 이때인데, 그렇다면 왜 이때 FM문화가 확산된 것일까. 이에 대해 김한별(언어학과 92학번) 씨는 “1990년대 초는 서태지의 등장과 함께 신문화가 급속도로 퍼진 시기이다. 이와 함께 학생들 사이에 개인주의 성향도 커졌는데 이러한 성향을 조금이나마 불식시키고 공동체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FM과 같은 구호문화가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의혈 중대~ 통일 공대~ 97학번 김진성. 여러분 앞에~ 당차게~ 인사드립니다”는 중앙대학교의 FM이다. 학교와 단대 앞에 붙은 구호의 의미가 궁금해 묻자, “정의를 위해 피를 흘리자는 의미에서 의혈이라는 구호가 붙었고 공대의 단합, 더 나아가 학교와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통일이라는 구호를 붙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김진성(중앙대 전자전기공학 97) 씨는 말한다.

본교의 ‘민족 고대’는 교육구국(敎育救國)의 신념으로 민족사학의 뜻을 길이 보전하기위해 붙여진 구호이고 ‘녹두 문대’의 녹두는 동학혁명의 지도자 전봉준 장군의 별명으로 동학의 뜻인 ‘만민평등’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붙여진 이름이다. ‘호안 정대’의 호안(虎眼)은 호랑이의 눈과 같이 시대를 꿰뚫는 청년의 눈빛을 간직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현재 ‘통일 연대’라는 구호를 쓰고 있다. 이에 대해 홍순광(연세대 경영 98) 씨는 “현재는 통일이라는 구호를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자유와 민주라는 구호를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자유와 민주가 이뤄진 상황이라 통일이라는 구호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대학의 경우에는 독특한 명칭을 사용하는데 ‘청년 사회대’가 아니라 ‘청년 사림(士林)’이라는 구호이다. 사림은 조선 중기에 사회와 정치를 주도한 세력을 가리키는 말로 사회대학 학생들이 청년의 열정과 패기, 그리고 젊은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와 정치를 이끌어가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듯 FM이 갖는 의미는 다양하고 또 시대 변화와 함께 조금씩 바꿔왔다. 이러한 FM문화를 좋은 의미의 대학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통이건 인습이건 간에 그것이 우리의 발자취라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지울 수도 없는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시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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