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IBM에서 본교에 교수연구비를 지급했다.
대학 재정에서 기부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9월 2일자 기사를 보면 지난해 사립대 한 곳당 평균 모금액은 90억7778만원으로 1995년 모금액(17억6184만원)에 비해 5.2배 늘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 재정은 등록금 위주로 운영됐다. 2000년대 들어 기부금의 비중이 커진 것은 대학 간의 경쟁으로 시설투자 등에 대한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교육부는 ‘2005년도 대학구조개혁 지원사업계획’을 발표해 연구실적, 구조조정 성과 등의 여부에 따라 대학의 정부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시설투자와 우수교원 확보 등은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은 대부분 학교운영비에 쓰인다. 즉 등록금만으로는 시설투자나 연구투자를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각 대학에서는 시설투자나 연구비 충당, 우수교원 확보를 위해 재원마련에 힘쓰고 있다.

2003년 9월부터 대학 자체 영리사업이 합법화되면서 각 대학들은 여러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일반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건국대 영리사업인 건국우유는 지난 해 50억원의 적자를 냈고, 대체사업으로 추진했던 건국햄도 10억원의 손실을 봤다. 대학자체 기금조달이 어려운 현재 기부금은 대학재정문제의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보유한 ‘1995∼2003년도 사립대 기부금 모금내역’을 살펴보면 연세대가 6217억원으로 가장 많은 기부를 받았다. 다음으로 본교가 4974억원을, 포항공대가 4346억원, 한양대가 3067억원, 성균관대가 2632억원을 모금했다. 

이러한 사립대 기부는 동문들의 기부와 대기업의 기부가 주를 이룬다. 본교의 경우 지난해 동문들의 기부가 24%, 기업의 기부가 62%로 총 기부의 86%가 동문과 기업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의 기부는 △학교 인근 주민들의 기부 △특정 목적에 의한 개인적 기부 △학부모, 교직원의 기부 등이 있다.

동문들의 기부는 대학마다 동문 네트워크가 구축돼 꾸준한 모금을 하고 있다. 숙명여대가 지난 1995년부터 추진한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에는 7500여명의 동문이 참여했다. 영남대는 재학시절 장학금을 받은 동문들에게 ‘장학금 되돌려주기’ 운동을 벌여 올해까지 470여명으로부터 2억 3000만원을 유치했다.

기업 기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학의 기업 기부금 유치에 따라 기업이나 기부자의 이름이 붙은 건물이 대학 곳곳에 지어졌다.

△연세대의 상남 경영관(1998년 완공) △서울대의 포스코 생활체육관(2001년 완공), CJ어학연구소(2003년 완공) △이화여대의 이화·신세계관(2003년 완공) 등이 기업기부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이다. 기업 기부금은 액수가 커 각 대학들은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유치하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부금을 많이 받는 대학은 실질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국립대의 경우 서울대가 2000~2004년 1197억원을 기부 받아 여타 국립대와 5~6배에 이르는 격차를 보였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평가 때문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불특정 다수 기업에 의한 기부가 많았다.

사립대의 경우에도 △본교 △연세대 △이화여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등 인지도가 높은 대학에 기부금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인다. 기업에서 교세가 큰 학교에 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대학 사이에서는 기부금 편차를 줄이는 제도를 강구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명지학원 유영구 이사장은 “기부에 있어서 대학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며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은 대학은 모금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기부에 형평성을 요구하는 것은 일회적인 방편일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대학 기부는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입각한 행위라는 설명이다.

각 대학의 기부 유치율을 비교해보면 대학 총장의 역량에 따라 기부금 규모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서강대는 6월 말 손병두 前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과거 2년치에 해당되는 33억원의 기부금을 모아 화제가 됐다. 본교 어윤대 총장은 2003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2500여억원의 기부금을 유치했다.

이처럼 각 대학에서는 기부금 유치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 활동, 동문 네트워크 구축 등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대학의 기부금 모금에 대해 노경수 서울대 대외협력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기부금 모금 방식을 다양화하고 예우 수준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 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기부를 늘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약육강식의 현실에서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부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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