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선거철이 돌아왔다. 올해도 변함없이 몇 개의 선본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그 중 누군가는 당선의 기쁨을 맛볼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올해의 선거는 여러 모로 생각할 꺼리가 많은 행사가 아닐까 한다.

우선 학생회의 대표성에 대한 회의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의 문제이다. 이미 학생회 스스로 특정 정당의 하수인 노릇까지 하고 있고 초유의 총학 탄핵 시도까지 벌여졌던 마당에, “2만 고대 학우를 대표하여”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 학생회가 나올 수 있을까. 학생회 사람들은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올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그에 대한 다수 학우들의 반응을 되돌아보면, 학생회는 이제 “목소리만 큰 소수”로 전락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투표 기간을 하루 더 늘리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겨우 만들어낸 학생회가, 왜 여태까지 학우들의 냉담한 시선을 받는지를 과연 새로운 선본들은 진지하게 고민해봤을지.

다음으로 학생회의 필요성 내지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다. 학생회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회 부조리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 중요하긴 한데 그것이 일순위는 아닌 듯하다. 학생회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으면, 소위 “운동권”으로 불리는 학우들만의 단체에서 벗어나는 게 어떨까.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특정 노선만이 진리라고 목청껏 외치는 것도 모자라 그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반동분자 취급하듯 하는 학생회를 지지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학생회와 기성 정당 내지 이익단체들과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이다. 총 학우들의 10% 이상의 찬성을 엄연히 얻은 총학 탄핵 발의안의 총투표 상정을 한통속인 단대 학생회에서 기각시켜 버린 것도 지금의 학생회요, 학생회비를 분리납부한다고 했더니 당장 부당하다며 반대총투표를 한다는 것도 지금의 학생회다. 해묵은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들이 터질때마다 그들이 잘하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그리고 스스로 그렇게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들에 대한 그 정도의 평가는 당당하게 정면으로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지. 그런 학생회를 바라는 것이 정말 무리한 일일까.

 추연규(법학과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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