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발언대에서 박기갑 학생처장은 학내, 학교 인근의 여러 홍보물 게시상황을 언급하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정한 ‘자치규약’에 맞지 않는 “‘방종’”과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학생처장의 글은 단순한 사실나열에 그쳤고, 고등학교 학생주임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던 여러 가지 ‘훈령’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이에 학내 홍보물 게시상황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까 한다.

지난 발언대에서 지적된 세 가지 모습 중, 바닥에 청테이프가 남아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은 분명 고대인이 자성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다른 사례들이 이것과 한 덩어리로 묶여질 수 있는지는 큰 의문이다.
학생처장이 지적한 것처럼 정대후문과 학생회관 근처 게시판 사용이 과연 모종의 “방종”일까? 학생처장의 지적과는 달리 증설된 게시판들은 여러 단체들이 돌아가면서 용도에 맞게 쓰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서는 여성주의 행사가 있었는데, 행사가 끝난 후에 이들은 깨끗하게 게시물들을 자진철거 했다.
또한 대부분의 학생 홍보물들은 게시주체와 게시기간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통행로 길바닥 포스터가 그 자체로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많은 경우 행사 당사자들에 의해 행사 이후 깨끗하게 치워진다.

진짜 문제는 홍보물의 필요수요에 비해 이용가능한 게시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이공계 장승 앞에는 언젠가부터 게시판을 전혀 붙일 수가 없다. 붙이는 즉시 누군가가 모두 떼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이언스 파크가 공사중인 과도관과 이학관 사이에는 게시판이 없어 학생들이 공사장 벽에다가 홍보물을 붙인다. 학생들의 통행량이 많은 중앙광장과 백주년 기념관에는 제대로된 게시판 하나가 없어 좁은 안내판에 홍보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외국어 학원이나 기업들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무분별하게 붙이는 홍보물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남의 게시판을 훼손하면서까지 자신의 게시판을 붙이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도덕으로 굳혀져 왔다. 그에 반해 기업광고가 학생들이 푼돈을 모아 어렵사리 만든 홍보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한 장면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좁디좁은 단과대 게시판, 도서관 게시판을 상당수 점령하고 있는 것도 광고, 상업 게시물들이다.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처지를 고민하여야 할 학생처장이 학내의 무분별한 상업광고실태, 부족한 게시물 실태를 지적하기보다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행위”에만 호소하는 것은 무척이나 아쉽다.
학생들의 게시판 활동에 대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냉소하기보다 현재의 자치규약을 지킬 수 있도록 게시판 증설에 힘쓰고, 무분별한 광고, 상업 게시물들을 제한하고, 학생들이 잘 모르는 ‘자치규약’에 대한 홍보에 직접 힘쓰는 학생처가 되기 바란다.
(서양사학과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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