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성북구 안암동 일대의 ‘Sky 라인의 변화’ 까지는 아니더라도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건립된 새로운 건물들로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호랑이 문양의 맨홀뚜껑까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학교는 정말로 말끔하고 멋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고려대학교의 ‘글로벌 프라이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몇 년간 야심차게 준비하고 추진한 결과 우리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세계적인 시설에서 학문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의 ‘머문 자리’는 어떠한지 뒤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세계적인 시설에 걸맞는 세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학교의 말끔하게 신축된 건물들이 정작 그 내부는 ‘곯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자화장실의 사정은 필자의 성(性)적 특성상 논외로 하더라도 남자화장실은 어디를 가도 많은 휴지와 쓰레기로 쓰레기통이 넘쳐난다. 이는 세수나 세안을 한 학생들이 물기를 제거할 때도 휴지를 사용하는 통에 애초 예상보다 많은 양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아직 ‘화장실 내 금연’은 공염불(空念佛)일 뿐이고, 흡연 시 뱉는 침도 없어지지 않았다. 또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화장실 문에 설치한 전등 스위치 형식의 문고리도 덜렁거려 혹시 볼일(?)을 보고 있는 와중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노크를 하지 않고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무작정 열고 보자는 심산으로 험하게 다뤄 그렇게 되었다. 심지어 껌을 문고리에다가 붙여놓는 경우도 있다. 강의실도 사정은 비슷하다. 깨끗한 새 책상은  낙서 코팅이 한창 진행 중이며 그나마 의자도 다른 곳에 쓰고는 가져다 놓지 않아 의자가 책상보다 부족해진 강의실도 있다. 공공 쓰레기통이 교정 곳곳에 설치  되었어도 아직도 건재한 얌체족 때문에 건물 주변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숨겨놓은 쓰레기들을 보면 우리 고대인의 머문 자리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 듯 하다.

학교 시설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나 혼자의 양심 지키기는 표시도 나지 않는 반면에 드러난 피해에 대한 책임은 등록금에 수리비로 반영된다는 등의 경로로 어짜피 책임을 공공이 나눠 갖기 때문에 양심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학교 시설 관리 및 보수가 잘 안된다고 학교 당국을 탓하기 보다는 우리들 스스로가 먼저 양심을 실천하는 자세가 선행되고 보편화 되어야 한다. 그러한 의식의 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 나라의 의식을 알아보려면 화장실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고려대학교가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학교 당국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학생 개개인의 역할도 또한 중요하다. 고대인의 의식과 문화를 청결한 공공시설의 사용으로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양심 운운하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접어두고라도 우리 부모님 뻘 되는 환경미화원 분들이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치우실 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보면 지금부터라도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예전보다는 많이 공공시설에 대한 의식이 개선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를 대상으로 생각하기에는 아직 2%정도 부족한 느낌이다.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대학에 진입한 이 시점에서 학업과 성숙한 공공 의식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학교의 목표인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하는 고려대학교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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