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에서의 희망, 아직 빛 바래지 않았다’

적어도 대안언론이 ‘뜨기’전까지 우리는 사이버, 네티즌 관련내용을 기성언론을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었다. 기성 언론들은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정보화, 사0이버문화, 네티즌 등의 가치를 때에 따라 과소 평가하기도 했고, 때로는 과대 평가하기도 했다.

95년에서 2000년까지의 기간은 정보화 관련 담론들이 과대 평가된 시기다.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사회에서는 정보화만이 살 길’이라며 정부차원의 정보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은 인터넷을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한 기업들과 인터넷을 다뤄야 뜬다고 호들갑을 떤 언론에 의해 계속 됐다. ‘정부-기업-언론’구도에서 비롯된 일련의 상호작용은 e-life가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해줄 것이란 믿음을 낳은 것이었다.
   

         자유게시판의 파워는

     정부와 기업, 언론보다 더 강한 힘, 네티즌 파워.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인터넷 서비스로 인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언론계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새로 구축하거나 네티즌 칼럼을 마련하는 등, 인터넷 관련 부분에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해당 언론사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좀처럼 하강할 줄을 몰랐던 정보화 사회에 대한 ‘낙관론 지수’는 음란물로 인한 유해성, 채팅으로 인한 가정 파괴 등의 사이버범죄가 사회적 주요 쟁점으로 대두되자 정부당국은 당황했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안티 사이트가 등장하거나, 해당사에 대한 불만이 한번 뜨거나 하면 먹혀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기존에 독단적인 자세를 취했던 기성 언론들은 그 권위를 ‘대안언론’들로부터 위협받기에 이른다. 결국 정부, 기업, 언론사들은 네티즌들로부터 호되게 데인 셈이다.

각 사이트에서 「자게」의 공식적인 폐쇄는 각 기관들의 ‘당황한 모습’을 역력히 보여준다. 「프리챌」 이정아 홍보팀장은 “인터넷에서 출발한 온라인 기업과는 달리, 오프라인 기업들의 경우 「자게」를 설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그 이유로 관리상의 어려움, 부담스러운 관리비용 등 현실적 문제 이외에도 “「자게」에 올라온 고객들의 불만은 해당 기업들의 이미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지적했다.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어느 곳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선도해 나가야 할 「정보통신부」가 「자게」를 폐쇄해도 네티즌들에게 ‘야릇한’배신감을 안겨준 사실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이러한 시행착오는 정부당국이 정보화를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만 바라본 데서 기인한다”고 피력한다.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인 ‘쌍방향성’이 어느새 사람들의 삶에 녹아 있다는 점을 도외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버공간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만 간주, 정작 네티즌들의 각종 요구에는 ‘난색’을 보이는 기업들의 상업적 작태를 설명할 수 있는 견해이기도 하다.

네티즌들에게서 주로 발견됐던 성향들이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자리잡았다는 의견은 사이버공간이 더 이상 현실세계와 분리될 수 없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는 “자유스럽고 해체론적인 공동체로서의 인터넷의 면모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는 구자순(한양대 정보사회학) 교수의 말처럼, “현실세계와 차이점이 별반 없는 사이버세계에서 기대할 것은 더 이상 없다”는 회의론을 뒷받침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인터넷을 ‘현실과 가상의 동거공간’으로 간주하되, 온라인이 지니고 있는 위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티즌 파워는 오프라인의 여론을 앞서가고 있다”는 「시민의 신문」의 이기정 씨의 말이 바로 그것. 여전히 사이버공간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들은 말하고 있는 ‘파워’란 네티즌들을 빼놓고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에서, 초기에 사이버공간에서 발견했던 ‘희망’이 빛 바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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