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빨리도 갔다. 상당히 추웠고, 눈이 한두 번 내렸고, 이젠 날씨가 좀 풀린다 싶었는데 어느덧 개강이 눈앞으로 다가와 버렸으니. 겨울잠에 젖어있던 여러 학우들이나 악몽 같은 나날을 잘 견뎌낸 새내기들이 앞 다퉈 눈을 뜨고 거리를 활보하는 덕분에 캠퍼스도, 주변 길거리도 서서히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입춘이 지난 지야 꽤 됐지만, 나는 그저 무심한 세월보다는 오히려 이 활기가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기운을 부르는 촉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바쁜 나날이 열리면 아마 계절의 열기는 더욱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을 환영하는 열기 역시 해마다 그랬듯 한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울 것이고, 학교 곳곳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또 열심히 놀고 있는 모든 학우들의 열기가 계절에 더해지면 올 봄의 열기는 아마도 계절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쯤 되면 사실상 계절의 변화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외려 우리의 마음가짐이고, 움직임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시간이 계절의 열기를 머금고 흘러가는 것이다.

이 와중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역시 겨울의 구석에서 따 온 냉기 한모금일 것이다. 나는 모든 고대 학우가 더도 말고 딱 초봄만큼의 냉기만을 간직한 채 본격적인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그리고 어떤 열기 속에서도 자신 안의 그 냉기를 잃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똑바로 걸어가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바로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힘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의 흐름을 아주 무시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힘이다. 이는 지난겨울을 다른 누구보다 뜨겁게 보냈다고 자신하는 우리 학우들과 새내기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부디 지난겨울처럼 뜨겁게, 그리고 봄처럼 차갑게. 지성과 야성이라는 말마따나 냉정과 열정을 고루 갖춘 학우들이 올 한해도 힘차게 살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선빈(문과대 국문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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