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찾아오는 환자에도 유행이 있어 비슷한 진단명의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향이 있다. 평소에 보기 드문 어떤 병의 환자가 한 달 동안 여러 명이 입원하여 동시에 치료받기도 하고 비교적 흔히 보는 위암 환자도 다른 장기에는 퍼지지 않고 폐에만 전이된 환자가 연이어 입원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러나 각 환자마다 증상이나 치료에 대한 반응이나 과정이 전혀 같지 않다. 아니 어떻게 그처럼 비슷한 증상과 검사 결과를 보이면서도 환자 별로 약간씩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조물주는 개인마다 각기 다른 모습과 성격과 체질을 갖도록 만들었건만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평범해지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일까?

한때는 남자 대학생의 대표적인 의상 패션이 염색한 군복이었으며 스포츠나 놀이 문화 역시 축구와 야구 이외에는 거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먹는 음식도 지금처럼 다양하지 못했고 취미 생활도 독서와 음악감상, 혹은 영화감상으로 대부분 동일하였다. 지금은 어떤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점도 크게 작용하였겠지만 다양화된 현대시대에 발맞추어 다른 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나만의 패션과 취미생활이 늘어나고 있다. 똑 같은 디자인의 자동차나 휴대폰을 거부하고 독특한 튜닝을 통하여 나만의 멋을 추구하고 몰두한다. 인기 연예인에 있어서도 개성이 뚜렷한 스타가 성공한다. 꽃미남 탤런트만이 인기를 얻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면서 자기 분야에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시대이다. 이러한 점이 신세대 스타들의 공통점이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장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처럼 외모와 취미생활에서 개성을 추구하는 만큼 나만의 개성을 인간적인 내면에도 가지고 있을까? 성형수술로 일반적인 미의 기준을 쫓아가고 카드 빚에 범죄까지 저지르면서 남들과 똑 같은 명품 옷, 가방, 액세서리를 마련하여 유행에 뒤지지 않는 멋을 연출하여 나만의 멋을 연출할 수 있을까? 외모나 의상, 치장이 같다고 해서 절대로 같은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자기가 모방하는 그 사람과 같은 인간적인 멋을 가질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독특한 개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과시를 하고 인상을 남기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우리 캠퍼스 안은 어떤가? 외모는 자유분방해졌고 사치스러운 모습이 없이도 저마다 개성 있는 멋을 연출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온순하고 조용하며 피동적이라 판단된다. 외양적으로는 개성이 있고 다양하지만 내면적인 인성과 성품은 모두 비슷한 것은 아닐까? 평준화된 고등학교 교육을 받고 모든 과목의 점수를 고루 잘 받아야 좋은 대학을 들어가는 교육 시스템을 겪었고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모난 사람은 정을 맞을 것이라는 사실에 이미 단련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전 세계가 똑 같은 상표의 햄버거, 피자와 콜라를 마시는 시대,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지구 반대편에서도 함께 웃고, 즐기고, 떠드는 시대에 우리는 이미 개성을 갖기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뒤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놓치지 말아야 하며 튀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나 자신의 감정 표현도 자유롭지 않도록 주위의 감정 흐름에 휩쓸리게 되지 않나 하는 점이다.

나의 개성은 무엇일까? 바꾸어 말하면 나만의 멋은 어떤 점일까? 한 사람의 개성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타고 난 성격과 주위 환경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리라. 선, 후배, 그리고 친구간에 부딪치고 싸우고 설득하고 토론하면서 혹은 함께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개성도 뚜렷이 느끼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인간적인 멋도 알게 되기 때문에 컴퓨터나 기계에만 매달려 인간으로서의 개성을 상실하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투박함도 좋고 세련된 것도 좋다. 화려함도 멋있고 소박함도 멋있다. 과묵하고 사려 깊은 점도 개성이며 달변에 활달한 사람도 개성이 있다. 비록 일을 처리함에 있어 느리지만 한 가지 일에 매달리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개성도 멋있고 모든 일에 정확한 듯 하면서도 허점이 있는 사람이 사랑을 받는다.

가장 서글픈 것은 나 자산 스스로도 내세울 나만의 멋이 없는 것이고 나만의 멋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인간으로서의 훈훈한 정감을 전달해 주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획일화되어 가는 글로벌 시대에 나의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김열홍(의과대 교수, 종양학)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