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인터뷰>김종빈 법대 초빙교수를 만나다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선비 정신’을 꼽은 前 검찰총장 김종빈(법학과 67학번) 초빙교수. 그는 지난해 10월 강정구 교수의 수사 원칙에 대해서 노무현 정부와 이견을 보이다가 임명 7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1971년 졸업이후, 35년 만에 학생이 아닌 교수로 돌아온 김종빈 초빙교수를 만나봤다. 

△검찰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학원 ‘수사절차론’ 강의를 하고있다. 강단에 선 이유는 무엇인가.
-학문에는 이론과 실무의 영역이 있다. 강단에 서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경험한 실무적 경험과 학문이론이 어떻게 접목되는지에 대해 가르치기 위해서다.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만나보니 어떤 느낌이 드나
-우선 젊은 사람들과 자리를 같이 한다는 것이 매우 좋다. 우리들 같은 기성세대들은 사고와 관점이 고정돼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다르다. 생동감과 역동성이 있다. 학생들과 강의 후 맥주파티를 한 적이 있다. 그들은 기존 사회의 구성원들보다 생동감과 활력이 있었다. 물론, 박사와 현직 판·검사들이 많아서 성숙한 분위기이기도 했다.

△교수님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실 고학년이 될 때까지 사법 고시에 전념하지 않았다.
당시 사회는 혼돈의 시기였다. 이에 나는 자연히 데모 참여와 학생활동을 하게 됐다. 특히 내가 3학년이던 1969년 당시 고려대가 주축이 된 3선 개헌 반대시위가 있었다. 시위 전 학생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3선 개헌의 부당성을 밝히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학생회의 중요한 연설에 많이 참여했다. 그러던 중 어느덧 졸업이 다가왔다. 그때부터 진로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해 졸업 즈음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사실, 조금 늦은 편이다. 사법고시는 재수도 했고, 삼수도 했다(웃음)

△교수님 재학당시와 비교해 오늘날의 학교 분위기가 많이 변한 듯하다. 과거 학생운동의 중심이었던 총학생회도 50%미만의 저조한 투표율로 작년 선거가 올 해 4월로 연기 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운동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과거 1960년대 히피(Hippy)로 대표되는 미국의 시위가 그랬고 1970년대 일본의 경우도 그랬다. 그러나 활발했던 미국과 일본의 학생운동 모두 1980년대에 막을 내리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에 시위가 가장 극렬했다고 생각한다. 그 여파가 다른 나라보다 오래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은 사회가 안정되고 시위를 할 이슈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운동으로 말하자면 침체의 시기고, 사회적으로는 안정의 시기다. 과거 사회적인 에너지가 민주화를 향했다면 오늘날은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곳으로 향해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의 예를 보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실을 닦아가는 것이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

△요즘 젊은이들을 만날 때, 어떤 느낌이 드나
-사실, 학교에 온지 얼마 안 돼서 학생들이나 교육현실에 대해 잘 모른다. 요즘 젊은이에 대해 일반화해 말해보자면 과거 세대에 비해 활발하고 역동적인 것 같다.
1950년대의 경우, 사회적인 발전이 활발한 시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발전이 태동했고 특히 1970~80년대의 경우 우리 사회의 변화가 많았다.
요즘 하루는 과거 1950~60년대의 1년간 일어난 변화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 변하는 시대를 따라 가는 것을 넘어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학문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그러나 활발하고 역동적인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요즘 ‘고시 낭인’이란 말이 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과를 불문하고 학생들이 고시 공부에 매진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거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할 때 고시생들은 지금같이 많지 않았다. 당시에는 취업이 어렵지 않았고 취업을 하면 경제적인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다르다. 취업도 어렵고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봤을 때 판사·검사·변호사와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는 단편적인 것이 아니다. 산업이 활성화 되고 자신과 맞는 영역에서 안정적이고 넉넉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때 고시열풍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과 관련해 로스쿨 제도가 등장했다. 그러나 2008년 예정됐던 로스쿨 제도는 지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학계와 법조계 양 쪽에 적을 두고 있는 입장(김종빈 교수는 지난해 12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에서 로스쿨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하나의 사회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로스쿨은 다소 성급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먼저 로스쿨 제도를 시행했다.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상황 속에서 먼저 로스쿨 제도를 시행한 일본을 지켜봐야 한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법조계에 진출하는 것은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장단점에 대해서는 시행해봐야 아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법률가 양성 구조가 경직돼 있지만 지금의 법조인들도 다양한 사건을 다룰 때 소양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황제 골프’ ‘황제 테니스’와 같은 윤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공직자 윤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히 검찰에 있을 때 ‘접대 골프, 접대 술 금지’를 강조했던 것으로 안다.
-공직자들은 몸가짐을 바로 하는 자세를 항상 지녀야 한다. 나는 검찰에서도 ‘선비 정신’을 강조했다. 수분절제(守分節製)라는 말이 있다. 분수를 지키고 절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선비 정신은 이와 상통한다. 공직자는 선비의 정신으로 자신의 분수와 염치를 알고 절제의 미덕을 지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조인이 아닌 선배로서, 사회 초년생인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역시나 고전적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젊은이여 꿈을 가져라’ 나는 젊은이들이 나름의 비전과 패기를 갖고 미래를 준비할 때 젊은이답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 기여와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대세에 밀리지 않고 주관을 갖고 행동하는 자세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