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정정도 대충 다 끝나고 본격적인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는 갓 입학한 새내기들과 그들을 유치하기 위한 학회/동아리의 선의의 경쟁으로 뽁짝뽁작해졌다. 좋은 현상이다. 그리고 새학기의 시작과 함께 각종 학보의 발간도 이루어졌다. 그런데 '고대문화'3월호를 접하고 말문이 막혀 한동안 경직상태로 있다가 혼자 당하기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되었다.

'고대문화'...신입생들은 생각할 것이다. '고대의 문화?' 그리고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책장을 넘겨볼 것이다.

표지에 반가운 손짓으로 독자를 반기는 여학우의 사진을 넘기면 바로 투쟁이 시작된다. '징계는 부당하다''투쟁을 지지한다''학교는 각성하라''자본주의 비판''주한미군비판''정부비판'...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그 순간까지 만화하나까지도 누군가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이것이 '고대문화'인가.

물론 대학생이라면 이제 막 성인의 시기로 접어든만큼 기존의 무비판적 수용자의 입장에서 어느정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주체적인 세계관을 구성하고 외부에서 접하게되는 일에 비판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는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마치 무엇인가로 부터 쫓기듯이, 누군가를 비판하고 공격하지 않으면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위기를 느끼는 듯이 보인다. 때로는 사회적 여론과 일치하여, 때로는 괴리되어, 일치할때는 공의의 명목으로 괴리될때는 고독한 지성인의 자각으로 포장된 공격적성향이 글 곳곳에 강하게 배어있다.

또한 이미 주류에서 밀려나 공허한 이상주의에 머무르는 시대착오적인 관점의 기사도 갓 사회에, 주체적인 세상에 발을 내디디는 입장에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많다.

[나는 어이없게도 옆집 친구랑 잠깐 싸웠다. 이때 힘센 주먹이 다가왔다...] 78page에 주한미군의 역할을 묘사한 부분이다.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미국을 절대악 (필요악도 아닌)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고대문화'편집부의 절대적으로 편향된 이념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옆집친구랑 잠깐 싸웠다는 표현..만약 옆집친구랑 싸워서 옆집 친구가 우리 부모님을 찔러 살해하고 여동생을 강간하고 나도 반신불수가 되었는데 힘쎈친구가 도와주러 찾아왔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전국민이 피난민으로 전락하고 민간인 300만명이 사망하고 전국토가 초토화 되었으며 낙동강어귀까지 전선이 밀려 공산주의에 먹혀버리기 일보직전의 상황을 묘사하기에는 '어이없게 싸웠다' 보다는 후자가 더 적절하지 않은가.

조종사노조파업, 비정규직투쟁, KTX파업 등 줏대없이 싸움이라면 무조건 지지하는 성향도 공격적인 성향을 잘 반영한다. 도대체 '주체적비판'이라는 가면 뒤에 서서 사회를 분열시키고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을 양산하는 폭력사태, 위법적 행위를 지지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나름의 근거를 가져다 대입한다손 쳐도, 귀족노조와 비정규직의 파업을 같은 선상에서 지지하는 것은 이론적 근거가 박약하다 아니할 수 없다. 투쟁/반대 라고만 하면 마냥 생각있는 사람인것 처럼 비쳐지는 대학 현실을 너무 잘 반영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제목에는 그렇게 썼지만 사실 책이름이 '고대문화'라고해서 고대의 문화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고대안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간되는 책인만큼 어느정도 '기본'은 지켜줄 의무가 있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을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온통 공격/비난/비방/투쟁 얘기만 쓸것이 아니라 편집부의 주장은 컬럼란을 따로 마련하여 기재하고 다른 내용을 대학생으로서 한번쯤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할 만한 중립적인 문제제기/토론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 정도로 해석하길 기대한다면 너무 무리한 주문인가. (익명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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