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드디어 지방자치 개혁의 서곡이 울리다’

올해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두 가지. 시민단체에서 추대한 ‘시민후보’의 등장과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때문이다.


시민후보, 지방자치제 개혁에 강한 의지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 지방자치개혁연대(이하 「자치연대」), 한국청년연합회(이하 「한청연」) 등의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각기 시민후보를 내세웠다. 각 시민단체들은 ▲「환경련」-광역단체장 1명, 광역의원 5명, 기초의원 40여명 등의 녹색후보 ▲「자치연대」- 광역단체장 3명, 광역의원 30여명, 기초 단체장 11∼12명, 기초의원 후보 1백50여명의 자치후보 등의 후보들을 내세운 상태. 중앙집권적인 정당구조를 거부하고 지방선거에만 집중하고 있는 시민 후보들은 기존에 ‘지역주의’와 ‘지역할거주의’로 얼룩진 지방자치제에 대해 당찬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민후보’의 등장은 지난 2000년 낙천낙선운동을 단행했던 시민단체 스스로가 참된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한번 ‘뭉친’ 결과물이나 마찬가지다. 『선거에 있어서의 시민단체의 역할』글을 통해 시민단체 낙천낙선운동이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역할이 제도화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윤종빈(명지대 정치학) 교수의 견해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에서는 시민단체의 일련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현실적인 정치세계’에서 시민후보의 초심이 과연 온전히 보존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저자세를 보인 노무현 후보의 행동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중들도 곧 현실적 정치인 노무현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던 모습을 시민후보에게서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정치세계에서 신념은 꺽이기 쉽다’는 것을 시사한다.

진보정당, 비례대표제를 통한 진출에 기대

한편,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대상을 후보와 정당으로 구분해, 종전까지 유권자가 후보자 개인에게만 투표하던 것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따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정당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해 정당본위 선거에 충실하고 소수 정치세력의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줄곧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비례대표제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한국일보」, 1991.7.25)고 주장한 안병영(당시 연세대 사회과학대)교수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개혁을 논하면서, 언제나 빠지지 않았던 담론이 바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였던 것이다.

실제로, 정당에 대한 인지도와는 상관없이 후보 개인의 인지도가 낮으면 선거에 당선될 수가 없을 정도로 인물중심의 정치 상황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인지도를 가진 후보들이 없어 난관을 겪고 있던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과 같은 이른바 진보 정당은 이 제도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진보 정당들은 지지도와 인지도가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대중매체에서조차 부각되지 않아, 결국은 낮은 인지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상황. 「사회당」 김삼연 사무부총장은 “비례대표제를 진보정당과 같은 소수정당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그것이 여야간 정치적 포석의 결과라 할지라도, 각계 각층에서 줄곧 ‘정치개혁’을 염원하며 요구해온 제도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13 지방자치 선거일이 바짝 다가오면서, 시민단체들과 진보 정당 진영에 상호관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시민후보들은 시민후보들간의 연대는 물론, 진보정당까지 아우르는 연대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치연대」의 이재용 대구시장 후보가 「환경련」과 공동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례는 전자에, 「환경련」의 이치범 고양시장 후보가 지역 시민단체 및 「민주노동당」과 연대를 꾀하고 있는 사례는 후자에 해당한다. 각각의 단체들이 하나돼 ‘같은 목소리’를 냈을 경우 그 위력이 실로 엄청나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호 연대의 모습에는 긍정적인 의미부여가 가능하다.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다양한 선택의 여지를 선사하고 있는 현 선거제도 하에서의 지방자치선거는, 그동안 소외되고 배제됐던 목소리가 한데 뭉쳐 기대이상의 큰 효과를 거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자치후보가 녹색후보인 동시에 노동후보’라는 선거원칙을 담은 문구에서는 범국민적인 대표 메시지마저 느껴진다. 이제 ‘대의’를 위해서 어떻게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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