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화) 의과대 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단과대 및 총학생회 선거일정이 시작되었다. 각 단과대는 무난히 투표율하한선을 넘기기도 했지만 몇몇 단과대의 경우 학우들의 무관심속에 투표기간연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24일부터는 안암총학생회 선거가 시작된다. 이번 38대 안암총학생회장 선거에는 총3개의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참가했다. 이번주 치러질 선거에 임박하여 세선본의 공약과 지향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강한나라 강한고대’ 는 본의 아니게 생긴 “강한”이라는 형용사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느끼는 ‘강함’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정적 인식은 “억눌려온 역사”때문에 생긴 것이며 이제 그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기를 촉구한다.

그 출발로서 '강한나라 강한고대'는 고대가 맞이할 '새로운 백년'의 전망을 밝힐 수있어야함을 주장한다. 이들은 세계100대 대학의 진입을 위해 학교당국이 제시하는 "Global KU"정책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그에 반한 대안적 정책을 제안한다. △애기능 중심 고대발전전략 △민족고대의 재구성(학생중심의 공간재배치)△교양학점폐지제도(교육의 정상화) △학생참여 프로젝트(등록금책정위원회, 공간배치위원회 등) △등록금투쟁 (등록금 납부방법의 다양화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학생회가 대학사회의 의사소통과 상호교류의 거점으로서 통합자, 조정자, 대안제시자, 행동가로서의 역할을 해낼것과 학생과 소통하는 학생회가 되어야하는 고민도 표출하였다.

단 3명의 선본 구성으로 눈길을 끈 '명랑단’ 선본은 기존학생회의 구조적 개선을 통한 새로운 학생회의 모습을 제안했다. 먼저 그들이 지적하는 기존 학생회와 학생회선거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그들은 기존의 학생회가 “운동권” 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렸다고 비판한다. 애초에 운동권이란 독재세력이 그에 저항하는 대학생들을 구분짓기 위해 만든 말임에도 기존학생회는 그것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운동’이 기존의 공고한 틀을 깨는데 의미가 있음에도 지금의 운동은 타집단과 선을 가르는‘권’(圈) 혹은 권(權)화 되었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회가 대의제로서의 학생대표와 정치적 지향점 사이에서 방황하다 자신만의 정의를 강요 혹은 계몽하려는 “독단적 집단화”되었음을 지적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회에 대한 불만이 쌓인 학생들은 자연스레 정치성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했다.

‘명랑단’은 기존의 ‘학생회’가 참여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는 “총학생회의”로 전환 될 것을 제안한다. 이는 기존 학생회의 해체를 통해 총학생회비사용등 학생대표의 독점적 권력을 해체하고 민주적이고 자생적인 학생자치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학생회의 구조적 밀실성을 해소하고 운동에 있어서도 각 운동단위의 다양한 생각이 표출되며 자신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만큼만, 스케쥴이 맞는 만큼만 연대하고 힘을 실어줄 것을 지향한다. 다른 사람의 정의도 인정하고 필요한 만큼만 연대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복지’의 개념에 있어서도 그간의 ‘복지’가 학생운동에 반대하는 정서상의 이미지였음을 지적하며 학생회비가 학생자치단위에 공정하게 분배되어 각 자치단위의 기반을 조성해줄것, 자치단위들이 학교에 요구할 수 있는(자치공간 등) 다양한 경로마련, 이 요구가 거부되었을 시에 상호간 연대가 가능한 것이 진정한 ‘복지’라고 제안한다. 진정한 복지는 학생자신이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요구하며 만들어나가는 “복지”이고 그를 위한 경로의 확보라고 주장했다.

'나를 표현하는 더 큰세상Q' 는 닫혀있는 세상에서 탈출구이자 소통공간으로서 “Q"를 지향한다. 그들의 공약은△학생회를 기획하는 “학생” 「총학생회 creater」△여성주의 목소리로 만드는 「여성주의학생회」△대국회투쟁을 통한 등록금 투쟁의 악순환끊기(교육의 공공성 구현)△대안고대-합리적인 등록금납부방안(무이자 학자금 대출, 대여 장학금 등),수업의 질 높이기△공간재배치에의 학생참여△여성의 밤길을 되찾자△장애인, 불안정노동문제, 반전문제 및 새로운 학생운동의 대안제시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세심한 공약들을 개진하였다.

세 선본들의 공약은 다른 듯 닮아있고 닮은 듯 달랐다. 어찌되었건 겉으로 들어나는 정책의 차이,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반목과 끝없이 이어지는 평행선이 아니라면 그러한 차이로 인해 촉발되는 토론, 논쟁의 모습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세 선본 모두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학생회가 될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믿는다.

바쁜 일상속 에서 모두가 ‘나’ 하나의 삶을 꾸려가기도 버겁다는 요즘, 고대인을 위한 일꾼이 될것을 자임한 그들에게 우리 모두는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어야겠다. 대의제사회에서, 자신의 작은 편의라도 온전히 보전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저마다 다른 철학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관심은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총학생회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정도는 할 줄 아는 기본은 지켜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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