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정기 고연전이 되면 잠실야구장은 고대의 붉은 물결로 가득 찬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농구장과 빙구장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5전 6승을 향하여’ 라는 화려한 슬로건 아래 정기고연전은 본교 최고의 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그러나 본교 선수들에게 있어서 정기고연전은 꼭 한번은 밟아보고 싶은 무대이면서 가장 아쉽고 가슴 아픈 순간이기도하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함
성도, 그들과 함께 했던 ‘민족의 아리아’ 도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하룻밤의 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에 최고의 스포츠 명문대학임을 자처하면서 한국스포츠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본교의 스포츠 스타들은 졸업 후 세계를 누비며 대한한국과 본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재학시절 , 만원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 본 기억이 과연 몇 번이나 될 것인가.  그들은 늘 무관심속에서 하루하루를 뛰고 있을 뿐이다. 오직 꿈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준비하는 그들의 대학 생활은 고달프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등허리를 서늘하게 만드는 적막감과 이따금씩 들려오는 한 마디의 욕설은 대학 선수이기에 당연히 감수 해야만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어버렸다. 캠퍼스의 낭만을 기대하며 본교에 입학한 새내기 선수들은 어느새 팬들의 무관심은 당연히 짊어져야하는 짐으로 인식하고 , 팬들 또한 그러하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대학 스포츠 계에도 전성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붐을 고대가 주도해 나갔다.  조성민 , 마해영 , 손민한 , 이상훈 등이 포진한 야구와  현주엽 , 전희철 , 김병철 , 양희승 등이 이끌어 간 농구 등은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다. 고연전은 늘 만원이었고, 비(非)정기 고연전이라 하더라도 늘 본교의 스포츠 스타들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화려했던 그 시절은 서글프게 탄식하며 읊조리는 먼 과거의 회상이 되어버렸다.

사실 대학 스포츠가 위기를 맞는 것은 ‘프로의 FA 제도’ 가 크나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FA 기간을 줄여서 거액의 돈을 받고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대학은 어쩌면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 팀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고교 졸업 유망주 선수들을 거액의 돈을 들여 스카우트 하는 것이 정석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프로의 자금공세와 FA제도로 인한 스타기근 현상이 ‘대학 스포츠 침체’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스타는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들 한다. 그리고 그러한 스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팬들이다. 대학 스포츠에 무관심한 팬들의 마음이 대학 스포츠를 고사(枯死) 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대학 선수들은 그저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산다.
대학은 크나큰 금전적 이익도, 그렇다고 뛰어난 운동 환경도 그들에게 보장하지 못한다. 적어도 본교에 입학하는 선수들이라면 고대 생들의 뜨거운 함성 속에서 플레이를 할 자격이 충분히 있으며 그것이야 말로 그들이 본교에 입학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 속에서 숨 돌릴 새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고대인들에게 대학 스포츠의 붐을 조성해 달라는 거창한 요구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혹은 연인과 할 것이 없을 때 , 혹은 친구들과  마음껏 소리치고 싶을 떄 , 본교의 선수들이 뛰고 있는 경기장에 가서 단 한 순간이나마 힘차게 응원한번 해 보는 것은 어떠할까.  

우리에게는 단 한번의 응원일 뿐이지만 ,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될 추억으로 남을 것이며 민족고대라는 자부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일 것이다.

2005년은 본교에게 있어서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다.
올해는 본교의 선수들이 수많은 학우들의 함성 속에서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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