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는 지금도 여기도 북경인가 싶을 만큼 열악하다. 경제적 차이에 대한 표현으로는 열악하다고 하지만, 나는 이 남쪽이 참 좋다. 우리 학교는 북쪽에 있어서, 차를 사러 차시장에 갈 때 외에는(북경에서 가장 큰 차시장이 남쪽에 있기 때문에) 남쪽에 갈 기회가 별로 없었으나, 이번 학기에 그쪽으로 원정수업을 가게되면서 매일 다니다보니, 지금까지 북경에서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의 다정함과 소박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참으로 신선한 촉감같은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남쪽도 도시개발이 계속 확장되어 나날이 달라져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분위기가 마치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은 즐거운 착각을 하게 했다.
 
하루에 손님이 열 명이나 있을까싶은 구멍가게 아주머니가 첫 번째 즐거움이었다. 50대 나이의 이 아주머니는 얼마나 부드럽고 친절한 지, 우리 모두가 주저없이 북경에서 접한 가장 친절하고 기분좋은 상인으로 꼽았다. 그까짓 게 뭐 그렇게까지 큰 즐거움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북경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이해가 될 것이다. 이른 아침 문을 두드려도 눈부비며 나와주고, 물건값도 싸서 뭐가 남아서 장사를 하는 것일까 우리는 걱정을 하곤 했다. 음식값이나 모든 물가가 같은 시내에서 이렇게 차이가 날 줄 몰랐다. 우리가 있는 곳은 그다지 많이 내려간 남쪽도 아니기 때문에 더 내려가면 차이가 더 할 것이다. 아침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중국사람들과 좀 다른 우리의 식성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다.
 
병원에 가면 의사들의 태도가 어쩌면 또 이렇게 다른지. 만지기가 겁나게 더러운 옷을 입고 오는 환자들에게도 똑같이 친절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의사들 자신의 수준이나 수입은 좀 떨어질 것이나, 그렇게 자긍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것이 바로 의덕이라 하는 것이겠구나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남쪽동네여서 느낄 수 있는 이런 사소한 행복들이, 기실은 생활의 힘이 되어주는 것을 지금은 못 느낄 것이다. 지금은 그저 넓어지는 도로와 올라가는 고층빌딩에 신이 날 것이지만, 그래서 이 남쪽 동네마저 도시 전체에 휩싸이고 나면, 지금의 이 다정다감함이 아련히 그리워지리라. 아니 그때에도 사람들의 이 아름다운 모습들은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란다면, 외지인의 이상한 기대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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