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재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이탈리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5가지를 선정해서 그 이유를 설명해보았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누구나 접해 볼 수 있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보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매력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여기 나오는 5가지는 내가 직접 체험한 것들 중에 선정했으므로 다소 주관적일 수 있음을 밝혀둔다. 또한 로마는 다음 회에 다룰 예정이므로 이번 연재에서 제외했다.

△밀라노, 최후의 만찬
밀라노는 르네상스시기 예술의 도시에서 이탈리아 최대의 산업도시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역사의 질곡을 거쳐 왔다. 그 흔적은 밀라노 곳곳에 남겨져 있는데,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두오모이고, 가장 어렵게 볼 수 있는 곳은 (최후의 만찬)이다.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그림으로, 최근 (다빈치코드)의 열풍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식당 벽화로 제작된 이 프레스코 화는 보존을 위해 하루에 몇 번, 한번에 20명씩 입장에 제한을 두고 있어서 수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고는 볼 수 없다. 바로 이곳을 보기위해 나는 4월 달에 미리 예약을 하고 기다렸다. 마침내 거장의 그림 앞에 선 나는 다시금 그의 능력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고, (다빈치코드)에 나오는 여러 가지 ‘코드’들도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 베로나의 원형경기장
△베로나, 환상적인 야외 오페라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낭만의 도시이다. 하지만, 베로나가 진정 낭만의 도시인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로마시대 격투장으로 쓰인 원형경기장 때문이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가장 잘 남아있는 베로나 원형경기장은 현재 야외 오페라 공연장으로 새롭게 쓰이고 있다. 과거를 그저 과거로 두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화 시키는 유럽 대륙의 역사성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일정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베로나의 야외 오페라를 포기했지만, 기회만 생긴다면 이 오페라 하나를 보기 위해 유럽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보고 싶다. 유럽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 중에 베로나를 들렸던 사람은 한여름 밤, 고즈넉한 고대 원형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오페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려 며칠씩 머물렀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미로에서 해매기 + 시원한 젤라또
베네치아에서는 자동차가 곧 배이다. 즉, 대운하와 몇몇 소운하를 제외하면 지상에서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은 도보뿐이다. 이것은 도시가 탄생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생활양식이다. 이 때문에 베네치아의 도로는 좁고 구불구불한 미로가 되고 말았다. 산마르코 광장과 기차역 정도는 각 코너마다 크게 붙어있는 표식으로 간신히 찾아갈 수 있지만, 다른 장소는 초행자가 찾아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베네치아의 미로에서 해매는 것이 베네치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거리 곳곳에 작은 섬에서 조수와 싸우며 교역과 모험을 통해 성장한 베네치아 인들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해매면서, 가이드북(반드시 베네치아만 상세히 나와 있는 책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정확한 지도 때문에 고생한다.)에 나와 있는 맛있는 젤라또를 찾아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폴리, 맛있는 피자
나폴리는 이탈리아 피자의 상징이다. 19세기, 밀가루 반죽 위에 천일염과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베수비오 화산석에서 구운 ‘마르게리따 피자’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 ‘마르게리따 피자’는 마치 한국의 된장찌개처럼 전통적이고 대중적인 음식이다.  

나는 나폴리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가이드북에 소개된 150년 전통의 피자집에서 먹기로 했다. 마침 숙소 근처이기도 해서 찾아가보니, 메뉴판이 전부 이탈리아어로 써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나마 아는 단어가 들어있는 ‘Pizza Romana’를 시켰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 나온 피자는 ‘마르게리따 피자’ 위에 거뭇거뭇한 토핑이 있었다. 게다가 거뭇거뭇한 토핑에는 털인지 가시인지 정확히 모르겠는 무엇가가 박혀있었다. 께름칙했지만, 나는 별 생각 없이 고기의 한 종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큼직하게 잘라서 한 입에 먹었다.
  그러나 아뿔싸. 그 토핑은 나폴리의 특산물인 멸치 액젓의 한 종류였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피자는 나폴리에서도 정말 토속적인 음식으로 웬만한 사람도 잘 찾지 않는 피자라는 것이다. 돈이 아까워서 다 먹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잘 몰랐던 그 때 아니면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음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빌라 요비스에서 바라본 지중해
△카프리, 빌라 요비스에서 바라본 지중해
‘카프리’, 이 단어를 듣고 많은 사람들은 맥주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적은 사람들이 나폴리 만의 아름다운 섬 카프리를 생각할 것이고, 그보다 적게 카프리 섬이 자랑하는 푸른 동굴을 생각할 것이고, 그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 빌라 요비스를 떠올릴 것이다. 나폴리 만의 아름다운 섬 카프리의 한쪽 정상에 위치한 빌라 요비스는 로마의 2대 황제 티베리우스의 개인 별장이자 별궁이었다. 그 규모만 해도 엄청난데, 내가 이곳을 선정한 이유는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지중해와 나폴리 만의 전경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역사책으로만 보면 티베리우스가 지독하게 은둔생활을 좋아해서 카프리 섬을 택한 것 같지만, 아마도 빌라요비스에서 보이는 시원한 경치에 매료되어 그런 것일지 모른다.

이번에 선정한 5가지는 한국에서 출판되는 유럽 가이드북에서 찾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폴리의 피자를 제외하고 이 모든 곳들을 찾아가려면 한 도시에 최소한 2박 3일 이상 있어야 하는데, 로마 같은 대도시도 2~3일 밖에 보지 않는 한국인들에게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러한 낙후된 여행문화가 바뀔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수백만 원을 들여서 찾아간 유럽인데, 나중에 남는 것은 고단한 일정과 샌드위치, 사진 몇 장뿐이라면 여행을 떠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출국하기 전부터 제대로 준
비해서 자신이 정말 보고 싶은 곳에서 느긋하게 머무는 여행을 통해서 진정 유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베네치아의 좁은 골목길

/임동민(문과대 한국사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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