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있다. 특정 선본을 절대로 뽑아선 안 된다는 대자보와 유인물이 바로 그것이다. 특정 단체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선본이라는 이유로 낙선운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이 지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출교자 분들 또한 특정 선본을 뽑아선 안 된다며 총학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점이다. 자숙의 모습을 보여야 할 입장에 처한 분들이 무슨 여력으로 여전히 고대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것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신념과 가치관이 다를 수 있기에, 특정 선본의 가치관과 노선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 라고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배척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가진 비판의 견해가 분명한 객관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고대 학우들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성인들이다. 일방적인 흑색선전에 쉽게 선동될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 만약 지금 낙선운동의 대상 선본이 정말 고대를 대표할 자격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고대 학우들은 절대로 표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다. 특정 선본의 주장이 옳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유권자의 몫이지, 특정 단체가 당락을 선동해야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현재 특정 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낙선 운동은 비판이라기보다는 일방적 비난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특히, 이 특정 단체에서 지지 하는 두 선본이 연대하여 당선에 힘써야 한다는 대자보를 보며, 정책적 논리성 보다는 당선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모습에 회의감을 느낀다.

우리 대학생들이 좋은 선거문화의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여론 집단이 타 정당이나 선본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비판의 근거가 얼마나 객관적인지, 얼마나 정당성을 얻는지에 대해선 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 사회에서부터 선진적인 선거 문화가 도래한다면, 우리가 사회 주역이 될 그 때엔 보다 건전한 이 나라의 선거 문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고려대학교에 한없는 자긍심을 갖는 고대인으로서, 그 개혁의 시발지가 고려대학교가 되기를 바라며.

김병수(경영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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