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호랑이가 양각된 맨홀 뚜껑을 보고 놀라워하다가 이내 웃곤 한다. 본교의 상징인 호랑이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교내에서 만날 수 있다.

본교 박물관에서도 색다른 형태의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호랑이와 관련이 깊은 ‘검(劍)’인 사인검이 그 것이다. 이 검은 직접적으로 호랑이의 형태를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호랑이 해(寅年) 호랑이 달(寅月) 호랑이 날(寅日) 호랑이 시(寅時)에 제작된 검으로 호랑이 기운이 가득한 검이다. 호랑이가 넷이 모였다 해서 이름도 사인검(四寅劍)이다.


사인검은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이라고도 한다. 조상들은 호랑이가 들어간 시간에 제작된 이 검에 하늘의 양기가 가득하다고 여겼다. 또 별자리와 주문(呪文) 등을 검에 새겨 잡귀를 물리친다고 믿었다. 실제로도 실전용이 아닌 달리 벽사를 위한 부적의 용도로 쓰였다. 학자들은 사인검이 도교의 벽사용 검과 유사해 여기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 진 것으로 본다. 조선시대 선조 때에 신흠이 사인검을 하사 받고 <사인도가>를 썼는데, 이 시에 드러난 사인검은 귀신이나 요물이 범접하지 못하는 ‘신물’이다. 

검의 앞면에는 북두칠성과 동양의 전통 별자리 28성수(星宿)가, 뒷면에는 검의 이름과 24자의 주문이 전서체로 금입사돼 있다. 칼과 손잡이가 만나는 부분은 귀신이 입을 벌린 형상이다. 사인검은 주문과 기호, 별자리가 칼 전체에 금과 은으로 새겨져 조형적으로 아름답다.

현재 남아있는 사인검은 약 30여 점이지만 본교 박물관에 소장된 사인검이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검이 훼손된 부분이 없이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500년간 왕실의 안녕과 평안을 빌기 위해 제작되었던 사인검. 왕실이 없어진 현대에는 본교생의 평안을 지켜주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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