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타로나 보러갈까?”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 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점술문화가 자리 잡았다. 대학생들이 흔히 찾는 대학로, 강남, 종로, 신촌 등지에 들어선 점술집과 사주 ·  타로 카페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들은 그동안 접근하기 힘들었던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가볍고 밝은 이미지로 학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본지는 신년을 맞아 이들 점술 카페와 거리를 찾았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현대 상가에 들어서자, 여러 점술집들이 모여 있다. 일명 ‘점술밸리’라고 불리는 이 곳에서는 사주부터 타로, 보석, 구슬, 동전점 등 동서양을 대표하는 다양한 점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각 점술집들은 신비스럽고 이색적인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 더욱 이목을 끈다. 점술집의 주인들도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나이가 든 역술인이 아닌, 각종 TV에 출연한 신세대 역술인들이다. 마치 학원처럼 학벌 및 경력이 상세하게 적혀있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이 ‘유학파 엘리트’ 역술인임을 선전하는 집도 있다. 이처럼 신세대 점집들은 다양한 점술과 세련된 이미지로 대학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추운 겨울, 친구와 따뜻한 차 한 잔과 이야기만으로는 지루하다면 가볍게 점을 볼 수 있는 사주카페로 가는 것은 어떨까. 보통 음료를 몇 잔 이상을 꼭 시켜야 점을 볼 수 있는데 음료의 가격은 일반 카페와 비슷한 수준이며, 점을 볼 때는 따로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사주는 대학생이면 5천원에서 2만원 안팎, 타로는 한 가지 주제에 5000원 내외다. 그리고 사주의 경우 결과를 적은 종이를 일정한 기간 내에 가져가면 무료로 추가 사주를 봐주기도 해 다시 같은 카페를 찾게 만든다. 종로의 한 사주카페 주인은 “사주 · 타로는 카페 운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점집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모습을 바꾸고 거리로 나선 것처럼 카페 또한 찾는 이들의 흥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종로의 한 사주카페를 찾아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편안한 화이트 톤 칼라의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확 트인 창과 실내를 장식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자아내는 화사한 분위기는 ‘어두컴컴한 점집’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사주를 봐주는 역술인들도 편안한 차림이다. 음료를 주문하고, 사주를 보고 싶다고 하자 역술인이 직접 의자를 가져와 테이블 앞에서 책을 펼치고 글자를 적은 후 결과를 풀어준다. 재미있는 말솜씨가 곁들여진 결과를 듣다보면 어느새 놀라움과 신기함에 빠져든다. 이곳에서 본지는 친구들과 함께 사주카페를 찾은 전새벽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카페의 단골손님이라는 그녀는 “사주카페는 딱 해우소와 비슷한 느낌”이라며 “고민 있을 때는 위안을 받을 수도 있고, 심심할 때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 좋아요”라고 사주카페를 자주 찾는 이유를 말한다. 

본지가 찾은 신촌의 또 다른 사주카페는 약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예전 대학생들과 최근 대학생들의 질문에 어떤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카페의 운영자는 “3000년 전 이집트 벽화에도 ‘요새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써져 있다”고 답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많이 묻는 질문은 역시 연애운와 직업운 이라는 것. 다만 전보다 해외로 나갈 경험이 많아져 해외운을 묻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한다.
총체적인 운을 봐준다는 사주. 그렇다면 사주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군대에 가기 3일 전에 재미로 본 사주에서 연애운이 트인다는 답을 들었다는 한 친구의 ‘억울한’ 이야기를 사주전문 역술가에게 전해봤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사주에 포함이 되어 있는 것이지 사주가 나에게 포함 된 것은 아니다”고 답한다. 사주가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맞는 부분들이 있지만, 사주는 통계를 바탕으로 한 예측일 뿐이므로 개인에 따라, 환경에 따라 맞지 않는 부분도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주와 달리 타로는 약 1년 정도의 가까운 과거와 미래를 예측한다. 대학로의 한 타로 카페에서 만난 타로 전문가는 타로점을 “내면을 비추는 거울”에 비유한다. 타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보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타로점을 볼 때는 막연한 질문보다는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 사진=신수영 기자
남자친구가 내내 없었던 이 모양, 친구들과 함께 본 타로점에서 4월에 운명의 남자가 한 명 나타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마침내 다가온 4월,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한 명의 남자를 만났다. 그러나 그 남자는 열 살 연상에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스타일. 이런 경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타로 전문가들은 “타로는 현재에 초점을 맞춰 조언을 하므로 미래의 결정과 판단은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조언을 듣고 행동을 통해 결과를 이끌어내야만 답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만난 사주와 타로 전문가들은 모두 “점술을 너무 흥미로만 대하는 것도, 너무 진지하게 대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또 이들은 점을 볼 때 마음 편하게 보되,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 번 생각하고 올 것을 당부한다. 점은 그냥 와서 듣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와서 하나의 의미 있는 ‘카운셀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애인과 함께 카페를 찾아가 사주나 타로점을 보려는 당신. 단순히 점만 보지 말고 조언을 얻는 마음으로, 함께 간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단순한 점 이상의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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