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의가 진행 중인 사립학교법안 개정에 대한 국론이 분분하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는 이번 사학법개정은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립학교의 비리의 척결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의 목적과는 정반대로, 정치적 색깔만 다분하다. 과연 이 논의가 자라나는 학생들의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는 얼마나 관련이 있는 것일까?

현재의 사학법개정을 둘러싼 여야간의 정쟁은 조선시대의 한 단면을 떠올리게 한다.

고려 말, 정몽주를 중심으로 한 온건개혁파는 조선 건국에 참여하지 않고 100여 년간 역사의 수면 속에 잠겨 있다가 성종 때에 김종직을 언론기관에 등용하면서 그들은 다시 역사의 한복판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들을 우리는 “사림”이라고 한다.

이들 사림은 언론기관의 주요직을 차지하면서 조선건국의 핵심인사들인 “훈구”를 비판하면서 공론정치를 유도하였다. 그러자 사림과 훈구간의 정쟁은 본격화되었고, 사림은 훈구에게 네 차례의 화를 당하면서도, 서원과 향약을 기반으로 하여, 몰락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 나갔다.

여기서 우리는 사림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서원”을 주목해야 한다.
서원은 덕망이 높은 유학자를 기리면서, 지방의 양반의 자제들을 교육하는 교육기관이었다. 게다가 국가에서 토지와 노비, 서적 등을 지급하였고, 면세의 특권까지 주었다는 점에서 당시의 조선사회가 인재양성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숙종에 이르러 빈번한 정권교체와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인들은 그들의 사회적 기반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서원을 마구잡이로 난립시켰다. 더구나 이러한 서원을 기반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양반들의 행태가 두드러졌고, 지역과 학풍에 따라 서로를 연계하는 연고주의가 판을 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원이 후학양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정치적 세력 확장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국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던 서원의 설립은 교육기회의 확대와는 전혀 무관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었고, 조선사회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선사회는 크게 뒷걸음질 쳤다. 현재 논의가 분분한 사학법 개정 논의 또한 이러한 역사적 단면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사학법개정을 통해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교육환경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고는 하나 사실은 여야간의 정쟁의 수단에 불과하다. 지금은 여야의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 교육계를 분열시키려 한다면, 매우 곤란하다. 학교는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의 기관이다. 인사권과 경영권을 둘러싼 정쟁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리와 정쟁의 환경 속에서 무슨 교육의 환경과 질을 개선하겠다고 하는가. 조선사회의 교육기관인 서원이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후퇴하는 조선의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더 이상 교육의 본질이 정치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이러한 학교운영권에 관한 논의를 할 게 아니라 교육의 질적인 향상과 교육환경 개선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때라고 여겨진다.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학교가 아니라 교육의 중심으로서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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