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한국과 일본은 흔히 말하는 멀고도 가까운 이웃이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과거사로 인한 반감이 양국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자와 종군위안부 등으로 일제강점 당시의 감정의 골이 깊은데다가 최근 들어 교과서 왜곡, 독도 문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양국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나 과거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서로를 미워하는 이유도 모른 채 미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징용자들이 일본에 의해 이렇게까지 비참한 생활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것이 정말 사실입니까”
후쿠오카의 치크호 지역을 방문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들의 흔적을 찾아봤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본인들의 반응이다. 그들의 말처럼 피스앤그린보트에 탑승한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강제징용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치크호의 석탄박물관은 징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박물관에 불과했다. 그러나 석탄박물관을 재현해놓은 모형 한 구석의 징용자 숙소, 석탄 채취 과정에 그려진 노동자의 모습 등에서 강제 징용의 아픈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한국인 강제 징용에 대해 일본인 목사인 이누카이 씨는 “조선인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최소한 ‘사람’으로 생각했다면, 아직까지 사망자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일본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석탄박물관에서 나와 후유가 묘지에서 돌무더기로 만들어 놓은 강제징용자들의 묘지를 보며 일본인 참가자들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연신 ‘스미마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몇몇 참가자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일본 측 피스보트 대표인 요시오카 씨는 “한일 양국은 과거사를 인정하고 해묵은 감정을 정리해야 한다”며 “비록 미약한 움직임이나마 배라는 공간에서 600명의 한일 참가자가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보름간의 크루즈 여행 내내 참가자의 얼굴에서 과거사의 어두운 면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 친구가 되는 참가자들을 보며 인간적인 유대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각국의 전통의상을 바꿔 입고 함께 민속놀이를 즐겼던 참가자들 사이에서 국적과 과거, 언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특히 모든 참가자가 모여 손을 엇갈려 잡고 하나의 큰 원을 만들었던 행사는 서로 다른 관계가 하나가 되려면 한사람 한사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계기였다. 패션쇼에 참가해 일본의 유카타를 입었던 황문태(서울대 경영04)씨는 “일본 의상을 비롯해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 이유 없이 반감을 가졌던 것 같다”라며 “피스앤그린보트를 통해 일본과 일본인을 비로소 바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름다운 겨울 밤, 한창 여름인 필리핀의 수빅에서 펼쳐진 한일 양국의 ‘피스앤그린보트 콘서트’는 교류 프로그램의 클라이막스였다. 판소리꾼 임진택씨의 신명나는 무대에 함께 어깨를 들썩이고 재일교포이자 세계 엔터테인먼트 경연 대회 챔피언인 김창행씨의 저글링 공연에 함께 환호했다. 특히 한일 연합 공연팀이 무대에 올라 한국과 일본의 미를 춤으로 표현해내며 <Let’s get together> 음악에 맞춰 관객석의 모든 참가자들과 함께 동작을 펼칠 때에는 ‘하나’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광복 60주년도 넘긴 지금, 이제는 한일 양국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때가 아닐까. 함께 걸어가면 길이 되는 것처럼.
/전혜영(문과대 국문04)

 

Peace&Green Boat 행사는
피스앤그린보트는 한국의 환경재단과 일본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PEACE BOAT가 공동으로 진행한아시아 교류 프로그램이다. 15일 동안 2만 4000톤급의 크루즈인 후지마루호를 타고 한·일 각 300명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이 아시아를 함께 돌아보며 진정한 화해와 이해로 지속가능한 환경의 길을 찾아보는 프로젝트다.
2006 피스앤그린보트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6일까지 15일간 일본의 후쿠오카, 중국의 홍콩, 베트남의 하롱베이, 필리핀의 수빅을 방문해 강제징용자, 핵, 저어새 등의 주제에 대해 참가자들이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크루즈 안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탑승하며 명사들이 진행하는 세미나를 비롯한 많은 행사가 이뤄졌다. 2006 피스앤그린보트에는 변영주 영화감독, 은희경 소설가, 김기식 사무처장, 조한혜정 교수 등이 승선해 평화와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2007 피스앤그린보트는  7월 14일부터 28일까지 일본 요코하마, 아오모리, 홋카이도 지역과 러시아 캄차카, 사할린, 블라디보스톡 일대를 항해할 예정이다.
올해 프로그램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주제로 툰드라로 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 사할린 조선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신청 및 문의 전화 : 환경재단 2011-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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