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이론 - 제한된 합리성 때문에 모든 물건을 비교, 분석하는 사는 것보다 적당한 물건을 바로 사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한 개인이 의사결정 및 선택 등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의 경우 가치 판단적이고 상황의존적인 내용들을 포함한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말하는 ‘개인의 합리성’은 일상 언어에서보다 한편으로는 더 적은 조건을, 다른 한편으로는 더 많은 조건을 요구한다.

우선 주류경제학은 개인의 선호에 대하여 몇 개 안되는 공리들을 제시하고 이 공리들을 만족하는 선호를 가진 개인을 합리적인 개인이라고 정의한다. 물론 불확실성 하에서 개인의 의사결정 문제를 다루는 ‘기대효용이론’에서는 확실성 하에서보다 약간 더 많은 조건들을 요구하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조건들로 합리성을 정의한다. 또한 다른 한편에서의 합리적 개인은 주어진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완벽하고 순간적인 계산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최적의 결과를 가져올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주류경제학의 개인은 종종 ‘신의 능력을 가진 로빈슨 크루소’로 묘사된다.

매물원가 편향이론 - 손해볼 것이 뻔하지만 쉽사리 발을 빼지 못하는 경우, 당신의 행동은 매물원가 편향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실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개인들이 이렇듯 주류경제학이 상정하는 합리적 개인과 같이 행동하지 않음을 보이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제일(第一) 목적이다. 이를 통해 행동경제학은 개인의 합리성을 일상 언어에서 사용하는 의미에 가깝게 재정의한다.

행동경제학을 발전시키는 데 공헌한 학자들로는 단연 사이먼(Herbert Simon), 카너먼(Daniel Kahneman), 트버스키(Amos Tversky)의 3인을 들어야 할 것이다. 이들이 모두 심리학자로서 업적을 이룬 학자들임을 고려할 때, 행동경제학은 경제학과 심리학의 결합으로 탄생한 혹은 심리학과 결합되어 있던 원래의 초기 상태로 되돌아간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먼은 인간이 의사결정에 있어 두 가지 면에서 제한받는다고 주장하면서 주류경제학의 ‘완전합리성’ 개념을 비판했다. 우선 인간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완벽하게 획득할 수 없다. 세계는 인간의 인지능력보다 훨씬 더 방대하다. 그리고 인간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를 완벽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능력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모든 것을 고려하여 최적인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조건을 만족하는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의 해결책을 위한 탐색을 중단한다. 인간은 그런 점에서 ‘최적화(optimising)’하는 존재가 아니라 ‘만족화(satisficying)’하는 존재다. 그렇다고 해서 만족화가 ‘비합리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필연적으로 정보의 획득과 처리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만족화는 최적화보다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이것이 사이먼의 ‘제한된 합리성’ 개념이다.

손실혐오 - 제품을 반품시키는데 느끼는 손실감이 활불해서 얻는 이득감보다 크다면 '손실혐오'에 빠져있다고 봐야한다
1950년대의 사이먼의 이런 연구에 영감을 받아 1970년대에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의 입장에서 인간이 인지과정에서 갖는 여러 종류의 ‘편향(bias)'에 주목한다. 물론 이런 편향은 사이먼이 이미 지적한대로 인간의 인지능력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인지심리학은 그때까지의 심리학이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자극-반응의 관계로 이해한 것과는 달리, 그런 관계를 성립시키는 내적인 정신적 과정을 자극을 통해 입수된 정보의 처리과정으로 이해한다. 이 과정은 자극, 지각, 인지, 반응(행동)으로 도식화될 수 있다.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인지과정은 크게 ‘이성작용’(reasoning)과 ‘직관’(intuition)이라는 두 가지 양식으로 나타나며, 인간의 대부분의 판단과 선택은 직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성작용이 의식적인 노력을 통한 두뇌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직관은 감각에 의한 지각과 유사하게 의식적인 탐색이나 계산 없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심적회계 - 사람들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화폐의 가치를 다르게 느낀다. 따라서 같은 돈으로 같은 영화표를 다시 사는 것은 보통 '아깝다'
직관에 의한 인지과정은 의사결정의 형태에 여러 경로로 영향을 끼친다. 트버스키과 카너먼은 사람들이 보통 ‘휴리스틱(heuristic)’이라 불리는 규칙에 따라 의사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휴리스틱은 문제를 반드시 최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규칙이다. 최적의 해결과 휴리스틱에 따른 불완전한 해결 사이의 차이는 편향이라고 불린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휴리스틱이 어떤 것이고 그에 따라 어떤 편향이 생기는가를 알면, 그에 따른 ‘정책’을 이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어떤 사건의 출현 빈도를 판단할 때, 그 사건에 대한 기억에서 바로 떠오르는 사례에 기초하여 판단을 내린다. 이를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이라고 하는데,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선거 오래 전보다 선거 직전에 실행하는 것은 이런 휴리스틱에서 발생하는 편향을 이용하는 예가 될 것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불확실성 하에서 의사결정이론으로서 주류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을 대체하는 ‘전망이론(prospect thoery)’을 제안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의사결정이 ‘준거점 의존성(reference dependence)’을 갖는다는 것이다. 동일한 붉은 색이 검정색을 배경으로 했을 때와 하얀색을 배경을 했을 때 다르게 지각되듯이, 동일한 변화에 대해서도 준거점이 다르면 다른 판단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2007년에 나의 연봉이 1000만원 상승한다고 할 때 2006년도의 연봉이 5000만원이었는가 아니면 1억원이었는가에 따라 동일한 1000만원 상승은 다르게 평가된다. 또 사람들은 손실에 대해 동일한 크기의 이익에 대해서보다 더 강력하게 반응한다. 즉 사람들은 ‘손실기피성(loss aversion)’을 보인다.

이처럼 전망 이론은 기대효용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보통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보통 현재의 상황을 준거점으로 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변화된 상황이 가져다 줄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비교할 때 나쁜 점을 더 강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대상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희망하는 최소값과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지불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최대값도 손실기피성으로 인하여 서로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데, 이 현상은 정책결정에 있어 비용편익분석의 타당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전망이론은 개인들 간에 적절한 재산권이 설정되기만 하면 매연이나 공원 등에 의해 발생하는 외부효과의 문제가 시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코즈(Coase)의 정리’도 재고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선구적 작업을 기초로 최근 행동경제학은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현재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 이론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여러 ‘이상현상(anomalies)’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대효용이론보다 좀 더 설득력 있는 대안적 이론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다. 최근에는 카너먼 이외에도 에리얼리(Dan Ariely), 세일러(Richard Thaler), 라빈(Matthew Rabin), 캐머러(Colin Camerer), 레이브먼(David Laibman), 페르(Ernst Fehr)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2년 카너먼과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미스(Vernon Smith)의 ‘실험경제학’도 행동경제학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행동경제학을 통해 경제학에서 개인은 신의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인간의 세계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이해되고 있다.

/박만섭 (정경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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