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역 근처에 위치한 가게 안에 들어서자 밀려오는 달콤한 냄새에 기분이 산뜻해진다. 인상 좋은 파티쉐의 “예약한 거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살짝 당황하지만 “없으시면 생크림 케이크로 만들면 되겠네요”라는 답에 이내 한숨을 돌린다.

고구마, 티라미스 케이크 등은 하루 전 예약이 필수지만 생크림 케이크는 기본이 되는 카스테라가 미리 만들어져 있어 예약 없이 만들 수 있다. 준비돼 있는 카스테라는 직접 만들 때의 부담을 한결 덜어준다. 보드라운 카스테라가 주는 만족은 보너스.

우선 원형 혹은 하트 모양의 카스테라를 골라 컷팅한 후 사이사이 생크림을 바르고 과일을 쏙쏙 넣어준다. 다음 순서는 긴 칼에 막 만들어진 부드러운 생크림을 듬뿍 찍어 돌림판을 돌려주면서 카스테라에 생크림을 입혀주는 것. 그리고 튜브에 생크림을 넣고 바닥이나 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예쁜 모양으로 짜주면 기본틀 완성!

혹시 생크림을 입히는 과정에서 고르게 발라지지 않았거나 튜브로 모양을 예쁘게 짜기가 어렵다면 파티쉐의 손길을 살짝 빌려보는 것도 좀 더 예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크림을 입힌 뒤, 본격적인 데코레이션에 앞서 초콜릿으로 글씨를 써야할 차례다. 하지만 뭐라고 써야할지도 망설여지고,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 위에 어떻게 글씨를 써야할지 머리가 새하얘진다. 쓰기 시작하고도 처음에는 초콜릿이 굳어서 잘 안 써지고 나중에는 긴장한 손의 열기로 녹은 초콜릿이 막 쏟아지고. 글씨 굵기가 달라지고 삐뚤빼뚤해지는 건 눈감아주더라도 실수로 점을 잘못 찍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점을 귀여운 모양으로 바꿔주는 ‘센스’만 있다면 나름 개성 있는 초콜릿 글씨 완성!

자, 이제 내가 만드는 하나뿐인 케이크의 하이라이트, 데코레이션이다. 먼저 재료를 가게 한 켠에 있는 코너에서 고르면 된다. 물론 미리 준비해온 과자나 과일을 써도 된다. 하지만 가게에서도 충분히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생과일, 통조림 과일 및 초콜릿 등을 구할 수 있다. 특히 과일을 한 두 개 단위로 살 수 있고, 통조림 과일도 적은 분량으로 나눠져 있어 직접 살 때 재료가 남는 부담도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재료를 골라오면 이제부터 창작의 고통이 시작된다. 의욕적으로 꾸미다 금세 막막해진다. 잠시 멈추고 흘끗 옆에 있던 교복을 입은 여고생을 보니 케이크 위에 웃음꽃이 피었다. 귤과 초콜릿을 활용해 케이크에 부모님과 사남매의 웃는 표정을 담았다. 김민해(여 · 18)양은 “생각보다 싸고 세상에 하나 밖에 없으니까요”라며 웃는다. 옆에서 고구마 케익에 ‘사랑해’를 새기고 있는 임성희(여 · 25)씨는 남자친구와의 기념일을 맞아 처음 찾아왔다고 하는데 매번 남자친구만 챙겨 부모님께 죄송스럽단다. “곧 있을 아버님 생신 때에는 좋아하는 노래 글귀를 적어 선물해야겠어요”라고 수줍게 말한다. 나름의 아이디어와 따뜻한 마음을 담아 열중한 끝에 케이크 완성! 마지막으로 상자에 케이크를 담으면 제법 근사해 보여 마음이 뿌듯하다.

케이크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15000~20000원으로 제과점보다 싼 편이다. 임성춘 파티쉐는 “오히려 직접 만들기 때문에 싸다”며 “손님들이 기쁘게 케익을 들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만드는 내내 기분 좋았던 케이크라서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데 손색없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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