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禪)은 서양인들을 매료시켜 젠(Zen) 문화로 자리 잡아 각종 예술작품과 문화 현상, 상품에 적용됐고 현재 한국으로도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선 문화는 본래 한국의 선종 불교에 존재했기에 젠 문화를 접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의 선과 한국의 선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선학(禪學)을 전공한 박지숙 동국대 강사는 “선은 본래 인도불교에서 파생돼 중국과 한국,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므로 일본 젠과 우리의 선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재영(동국대 불교학과)교수는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선은 활달한 특성을 지닌 간화선(看話禪)을 중심으로 어떠한 행위에서도 참선을 통한 깨달음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중국의 선과 조동종(曹洞宗) 계열의 영향을 받아 격식을 갖추고 고요히 앉아 참선하는 것을 중시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선은 생생한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의 선을 수행하는 스님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수행한다. 매년 음력 4월 16일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 동안 한곳에서 좌선과 수행에 전념하는 하안거(夏安居)수행,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의 동안거(冬安居) 수행이 대표적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에 따르면 각 안거마다 2000여명의 스님들이 참가한다. 보통 새벽 2시 40분에 일어나 하루에 10 시간 정도 정진한다. 정진 중에는 오후 묵언 수행을 하고, 이외에도 매일 1~2 시간의 육체노동을 병행한다. 안거기간 동안 선 수행의 지침서인 육조단경(六祖壇經)을 배우면서 일주일에 두 번 녹음법문을 듣는다.

서 교수는 “이로 인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끼지만 이것이 한국 선의 장점”이라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가장 전통적인 면모의 구도열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 선이 발전하기 위해선 연구단체의 증가와 함께 일반인들이 물질문화에 치우치지 말고 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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