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는 영화 <왕의 남자>와 <괴물>이 각각 1200만의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오랜 기간 동안 국내 스크린을 장악했다. 하지만 그렇게 특정 영화가 주목을 받는 사이, 대중에게 눈도장도 찍지 못한 채 사라져간 좋은 작품도 많았다. 그리고 결국 시상식의 트로피들은 <왕의 남자>와 <괴물>의 몫이었다.

최근 대중음악계에서는 대안시상식이 등장하는 등,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위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도통 그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그 동안 여러 대중매체로 접했던 영화 시상식은 대개 흥행작품과 감독, 배우를 선정해 시상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던 시상식과는 달리 오래 전부터 대중성과 예술성을 균형 있게 다뤄온 시상식도 있다.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는 그 대표적인 예다. 매년 1월 20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는 할리우드의 배우 겸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가 설립한 선댄스 협회의 활동 중 하나다. 이 행사는 대규모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해 제작되는 소규모 독립영화를 장려하기 위해 시작됐다. 선댄스 협회는 영화제 외에도 워크샵,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관련 예술가나 감독, 작가 등을 발굴하고 후원 활동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장르별로 심사위원 대상과 특별상을 비롯해 △표현의 자유상 △관객상 △특별 언급상 등 36여 개의 시상이 이뤄진다. 배우상, 감독상 등 많아야 10개 내외 부문의 시상을 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선댄스 영화제는 독립영화다운 상상력과 발상이 돋보이면서도 능력 있는 감독들을 여럿 발굴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메멘토>, <저수지의 개들>, <헤드윅> 등 작품성 높은 영화는 물론 브라이안 싱어, 크리스토퍼 놀란, 쿠엔틴 타란티노 등 많은 감독들도 배출했다.

또 미국 거대 영화자본들이 주도하는 아카데미 영화제와 달리 선댄스 영화제는 독립영화와 실험적인 작품들에 많은 애정을 보였다. 2006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흑인 예수’를 다룬 영화 <선 오브 맨(Son of Man)>이 첫 선을 보여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처럼 선댄스 영화제는 전쟁이나 가족, 국제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 해 선댄스 수상작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외부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가족 품에서 안정을 찾는 모습을 그린 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에 힘입어 선댄스 영화제는 세계 4대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권위 있는 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선댄스 영화제의 대안적 기능과 권위는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시상식의 조건을 두루 보여 준다”며 “이를 본받아 흥행작 위주의 기존 시상식에서 벗어나 좀 더 발전적이고 가치 있는 시상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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