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조를 바라지 않는다. 학교를 짓고, 차를 사기 위해 매년 기부금을 받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가난에서 허덕이지 않도록 돕기 위한 최선의 방식은 우리가 생산하는 커피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주는 것이다” 1986년 멕시코 치아파스 주의 한 커피 농부가 한 이 말은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가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를 만들게 했다. 이후로 국제시민사회에선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가 아닌 FTA(Fair Trade Agreement:공정무역)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커피. 한해 600억 달러어치의 커피가 유통되지만 석유 재벌이란 말은 있어도 커피 재벌이란 말은 없다. 오히려 커피 재배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상당수는 가난에 허덕이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요 커피생산지인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지역의 시장구조가 취약해 판로개척과 유통을 책임질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75%는 소규모 가족농이 재배한 것이다. 이들 커피 농부들은 코요테라 불리는 중간 유통 상인을 통해 커피를 판다. 그러나 이 중간상인들은 품질보다 낮은 가격에 커피를 사들이기 일쑤다. 직접적인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은 코요테에게 커피를 판매할 수밖에 없다. 국제 시민단체인 옥스팜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팔리는 커피 한잔 값 중 단 0.5%만이 농민들의 몫이다. 대부분의 이윤은 중간상인과 최종 판매상이 차지한다.

이미 국제사회에선 이처럼 생산자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일반무역을 바로 잡기 위해 ‘공정무역’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무역’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또는 다국적기업)사이의 자유무역에서 발생하는 이윤이 선진국에만 집중되는 자유무역의 폐해를 바로잡고 개발도상국 국민에게도 정당한 몫을 배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선진국이 단순 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을 돕는 방식을 지양하고, 공정한 무역을 통해 스스로 자립하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재배 농민에게 정당한 대가 지불
소비자에게도 윤리적 만족감 줘

현재 세계 공정무역인증협회(FLO)에선 국제적으로 형성되는 커피의 시장가격과는 관계없이 kg당 2.78달러라는 최저선을 정하고 있다. 시장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커피 재배 농민의 최소생계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공정무역은 현재까지 행해진 무역의 대안이란 의미로 ‘대안무역’, 생산자에게도 희망을 주는 무역이라는 의미로 ‘희망무역’으로도 불린다.

공정무역은 유럽의 시민단체 기구 옥스팜이 1960년대에 직접 커피 생산지로부터 적정가격에 원두를 사들여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1986년 프란스 반 데어 호프 신부가 가난한 멕시코 농부의 커피를 브랜드화하면서 공정무역 커피의 본격적인 시장 유통이 시작됐다. 현재 공정무역으로 거래되는 커피는 세계 교역량의 0.1%에 불과하나 매년 30%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공정무역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정무역은 아직 초기단계로 교역량에 대한 통계도 나와 있지 않지만 커피를 중심으로 공정무역 제품이 유통 중이다. 우리나라는 커피 재배를 하지 않지만 세계 10위의 커피소비국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아름다운가게’가 가장 활발히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한다. 이 곳은 지난 2006년부터 네팔의 굴미와 아르카간치 지역 커피를 수입 · 판매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가게는 일부 유명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커피 원두를 공급하고 있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도 판매중이다. 이 커피를 판매하는 갤러리아 백화점 길태호 과장은 “공정무역 커피는 같은 가격대에선 가장 좋은 품질로 소비자들도 종종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재배 농민에게 정당한 대가 지불
소비자에게도 윤리적 만족감 줘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되는 커피의 가격은 같은 품질대의 일반무역 커피와 비교할 때 60% 수준이다. 이는 아름다운가게가 중간 유통상으로 참여하면서 일반 무역이 행해질 때의 폭리구조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커피는 주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소규모 가족농으로부터 공급돼 높은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YMCA의 동티모르 평화 커피, 여성환경연대의 네팔산 수공예제품, 두레생협의 필리판산 설탕과 팔레스타인산 올리브유 등이 공정무역을 통한 제품들이다. 이들 상품은 아직 일반 시장에 출시되지는 않았고, 각 단체의 회원을 위주로 제품을 판매중이다.

대학 사회에서도 미미하지만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상지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의 생활협동조합에선 아름다운가게로부터 공정무역 커피를 들여와 판매 중이다. 경희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변기영 총무팀장은 “공정무역 커피가 큰 비중을 차지하진 못하고 있지만 동참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착취를 통해 얻어지는 상품이 아니고 정당한 몫을 주고 들여오는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무역 제품이 상품으로서 유통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자선의 의미로 유통된다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교 남종현(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좋은 의도로 공정무역을 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를 이용해 상품을 사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이 자선을 위한 도구가 돼서는 안되고, 일반 무역 제품과 동등하게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으로 유통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 이행순 간사는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자들이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선 커피의 품질을 높이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도덕적, 인간적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준다면 계속 구매가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 자료출처: 한겨레신문 2006년 9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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