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됐다. 한미FTA는 △상품 △무역구제 △투자 △서비스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노동 △환경 등 무역 관련 제반 분야를 망라하는 FTA다.

한미FTA의 규모는 지난 1992년 타결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이후 세계 최대의 FTA다. 한 · 미 양국의 경제규모는 약 14조 1000억 달러로 EU(15조 3000억 달러), NAFTA(15조 1000억 달러)에 이은 세계 3위다.

이번에 타결된 한미FTA에 대해 혹자는 “한국과 미국이 서로 win-win하는 협상”이라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한국의 일방적인 묻지마 협상, 내주기 협상”이라 말한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한미FTA 타결 내용을 조명해 본다.

△끝까지 첨예하게 대립했던 농업 분야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됐던 분야는 농업이다. 최재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업 분야 협상내용에 대해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내줘도 너무 많은 것을 내준 농업말살협상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특히 오는 5월말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평가등급이 최종 결정되면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사실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개되면서 쇠고기 분과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낙농업의 경우 한미FTA 체결로 예상되는 피해액은 142억~1110억원이다. 축산물에서는 3380억~9031억원, 채소 과수에서는 1200억~2554억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본교 강문성(국제학부)교수는 “물론 농업 분야에서 피해는 입겠지만 한 · 칠레FTA의 예에서 볼 때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쇠고기 15년, 돼지고기 10년, 오렌지 7년(비수확기) 등 관세철폐기간이 있으므로 그동안 충분히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가 최대이익?
자동차 분야 또한 협상 막바지까지 쟁점이 됐던 분야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수출주력품목인 3000cc이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의 즉시 폐지가 타결돼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기업의 기술이 부족한 픽업트럭 같은 경우에도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국내 기업이 연구 및 개발을 통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근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현대차 등이 최근 미국내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상황에서 과연 2.5% 관세 철폐가 현재 일본차에 밀리는 가격경쟁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며 자동차 분야 협상 결과가 반드시 이득이 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섬유 산업, 재도약의 기회?
농업, 자동차 분야와 더불어 섬유 분야도 협상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었다. 섬유는 미국의 관세율이 다른 제품보다 높은 편이라 우리 협상단이 처음부터 공세를 펼쳐온 분야다. 이번 한미FTA로 대미 수출품의 61%(수입액 기준)가 즉시 관세철폐대상에 포함된다. 중국 · 동남아 등의 약진으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던 한국의 섬유산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백일(울산과학대 유통경영과)교수는 이러한 전망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원사 원산지기준(Yarn Forward)이 완화되면 중국 직물 수입증가로 인해 국내 직물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관세 철폐로 양말과 장갑 등이 경쟁국 중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지겠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무역구제 분야
무역구제 관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위원회를 설치해 양국 관련기관 간 정기적 대화채널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반덤핑 조처의 비합산 조처는 끝내 빠졌다. 비합산 조처는 미국이 특정품목의 반덤핑피해 판정 때 중국산이나 동남아산 등과 별도로 한국산만을 대상으로 피해여부를 판정하는 제도다.

덤핑률이 한국산보다 높은 중국산 등과 섞여서 판정을 받으면 아무래도 한국산마저 특정 미국산 품목에 피해를 줬다는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협상단은 “의회가 손대지 말라고 한 법률개정사항”이라며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도 한국산 인정받나?
또한 이번에 한미FTA가 타결되면서 한국은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양국이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해 한반도 비핵화 진전 등 일정 요건이 충족될 경우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경협지역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협정문에 명시했다. 하지만 요건 충족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현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FTA 타결 내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현재 나온 정부의 발표만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정부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발표한 내용은 주로 양허협상과 관련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규범협상이 명문화된 정확한 협정문이 빨리 공개돼야 확실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 지적한다.

본교 한두봉(생명과학대 식품자원경제학과)교수는 “예를 들어 고려대 등록금인하 타결 소식에 좋아하다가 막상 학칙을 살펴보니 도서관 이용시 별도요금을 내는 등의 독소조항이 있다면 결코 만족할만한 결과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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