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일) 본교 경영대학원 교우회 내의 소모임인 고경산악회(회장=양대주·경연 29기)의 마차산 산행이 있었다. 현재 고경산악회에 공식적으로 가입된 회원은 약 800명으로 31세의 젊은 교우부터 75세의 머리가 희끗한 교우까지 그 연령층도 매우 다양하다.
고경산악회는 매년 초에 한해의 안전등반을 기원하는 시산제(始山祭)를 지내며, 매달 셋째 주 일요일마다 정기산행을 갖고 있다. 산행이 끝나고 난 후에는 하산주(下山酒)를 마시며 교우들간의 끈끈한 정을 다지는 자리를 갖는다. 정하성(MBA 67회)교우는 “산행 뒤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모교에 대한 진한 향수와 애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학연은 보통 고등학교 동창회를 으뜸으로 친다. 고등학교 출신은 지연과도 연결된다. 이런 고등학교 동창회에 비하면 대학 동창회는 대부분 결속력이 없다. 그런데 유달리 25만명의 본교 교우회가 결속력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교는 지난 1905년 국가존망의 때에 지사들이 울음을 머금고 피와 땀을 모아 건설한 민족 최후의 보루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교육구국의 정신으로 건학된 본교는 태생적으로 교우끼리 뭉치는 전통을 가지게 됐다. 김진국(심리학과 85학번) 교우회보 편집국장은 “이러한 건학배경에서 만들어진 본교의 전통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본교 교우회의 결속력은 연회비 모금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교우회 사무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94년이래 매년 5억원이 넘는 연회비 모금액이 걷히고 있다. 임원들을 제외한 본교 교우는 1인당 3만원씩 납부하는데 96% 이상의 납부 실적을 보여준다. 교우들을 대상으로 걷는 교우회비 3만원은 학교에 그대로 전달돼 학교발전기금 · 장학기금 등으로 사용된다.
연세대동창회나 다른 대학의 동창회에서 연간 수천만원대의 회비가 걷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이런 모금 실적이 가능한 것은 교우회가 각 지역이나 직장별로 분회활동을 활발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고대정신에 입각해 투철하게 활동하고 있는 교우들을 △정계 △관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 △문화계 △스포츠계로 나눠 살펴봤다.

△ 관계, 국가를 경영하다
법조계와 행정계에서 본교 교우들은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먼저 해방 이후 역대 장관 출신을 살펴보면 본교는 지난 2003년 기준 49명으로 전체의 7%를 차지한다. 또한 정무직 공무원 배출 대학 순위로 따지면 1위인 서울대가 47.3% 2위인 육사가 11.9% 본교가 3위로 8.3%다. 여성 장차관 출신은이화여대 39.9%, 서울대 35.7%, 본교가 7.1%였다.
국가고시 중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합격률에서 본교는 최상위권에 있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4년간(2002~2005) 사법고시 최종합격자의 출신대별 통계에 따르면 총 합격자 3914명 중 본교가 689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합격자 수도 총 994명 중 143명으로 역시 2위다. 행정고시의 경우 전체 합격자 가운데 본교생의 합격률은 2005년 216명중 31명으로 14.4%, 2006년 235명중 48명으로 20.4%였다. 외무고시는 2004년 20명 중 3명으로 15%, 2005년 20명 중 1명으로 5%, 2006년 25명 중 수석을 포함한 4명이 합격해 16%를 기록했다.
교우사회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로는 ‘법조인교우회(회장=이진강 법학과 62학번)’가 있다. 현재 등록된 교우 숫자는 2400여명이며 연초에 정기총회를 갖고 연말에 사법고시 합격자들을 축하하는 자리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분산된 회원들이 각 지방 지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교우회 운영이 매우 원활하다. 최근에는 따로 회비를 걷지 않던 회칙을 개정해 장학 사업을 진행 중이다.

▲ 왼쪽부터 △이상수 노동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 한국경제 주도하는 경제인
본교는 경제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달 30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LG △SK △롯데 △포스코 △GS △한진 △한화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설문에 응답한 9개 그룹 주력 계열사의 작년 대졸 신입사원 3998명 중 본교출신은 361명(9.0%)으로 서울대 333명(8.3%), 연세대 344명(8.6%)을 제치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재 재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는 교우로는 김승유(경영학과 61학번) 하나금융지주회장, 이학수(상학과 65학번)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 허창수(상학과 67학번) GS그룹 회장, 최태원 (물리학과 79학번) SK그룹 회장, 이재현(법학과 80학번) CJ그룹 대표이사회장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GS그룹의 경우 허창수 교우를 비롯해 허정수(경영학과 69학번 GS네오텍 대표이사), 허진수(경영학과 72학번) GS칼텍스 사장, 허명수(전기공학과 74학번) GS건설 대표이사, 허태수(법학과 76학번) GS홈쇼핑 대표이사의 5형제 모두가 본교출신이다.
본교출신 경제인들 중 다수가 활동하는 모임으로 ‘고대경제인회(회장=김명하 · 경제학과 58학번)와 ‘고대경영대교우회(회장=김승유)’를 들 수 있다. 고대경제인회에는 현재 약 740명의 교우가 등록돼 학술세미나와 등산, 골프 등의 취미활동 소모임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고대경영대교우회의 경우 등록된 교우만 17000여명에 이르며, 매년 12월마다 ‘경영대학 교우의 밤’ 행사를 연다. 작년의 경우 600명 이상이 이 행사에 참석해 끈끈한 교우애를 과시했다.

▲ 왼쪽부터 △이학수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 민주주의의 활화산, 정계
본교생들은 지난 1970~1980년대 군사독재시절 ‘교육구국’의 건학이념에 따라 정치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한 유진오 총장이 지난 1967년 정계로 들어가 제7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활동했으며, 민주당 총재를 지낸 이기택(상학과 57학번)교우가 지난 1960년 4월 18일 ‘4 · 18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4 · 19혁명에 불을 당긴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0년 있었던 16대 국회의원 314명 중에 본교 출신은 33명이었고, 2004년 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뽑힌 296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본교 출신의 의원은 29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수의 약 10%정도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무소속 의원까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 폭 넓게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정계 인사로는 임채정(법학과 60학번) 국회의장, 이명박(경영학과 61학번) 한나라당원, 정세균(법학과 71학번) 열린우리당 당의장, 홍준표(행정학과 72학번) 한나라당 의원, 전병헌(정치외교학과 77학번) 열린우리당 의원, 노회찬(정치외교학과 79학번) 민주노동당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 왼쪽부터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임채정 국회의장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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