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의 ‘중학교 선발 시험 폐지’, 전두환 정권의 ‘본고사 폐지’와 ‘사교육 금지’등의 흐름이 이어져 지난 1998년 김대중 정권 때 탄생한 ‘3불 정책’이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주요 사립대 총장들을 비롯해 국립대인 서울대도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 정책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본교 한승주 총장 서리는 “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본고사”라며 “고교등급제 또한 고등학교간의 실력차이를 인정하는 제도로 미국과 유럽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측은 “3불 정책은 학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위해 지난 50여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최소한의 사회적 규약”이라며 “이를 어기는 대학에 대해선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학과 교육부 간의 갈등은 3불 정책뿐 아니라 2008학년도 대입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을 확대시키는 수능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수능 등급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입시에서 내신을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대학들은 내신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수능 등급제는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본교는 2008학년도부터 수능 성적만으로 정시모집 선발인원의 50%를 뽑겠다는 입시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의 내신강화 조치와 반대되는 방향이다. 본교 뿐 아니라 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 또한 수능 성적만으로 일정비율의 학생을 선발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은 상태다. 본교의 입시안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고려대 정도의 대학이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할 경우, 내신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 입시정책의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이는 공교육 정상화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교 박유성 입학처장은 “교육부에서 수능의 취지를 ‘공교육 정상화’라고 밝혔음에도 수능을 통한 선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충수를 두는 꼴”이라며 “내신은 고등학교간의 차이를 둘 수 없지만 수능은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부와 대학의 대립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5년 서울대는 2008학년도 정시모집부터 논술고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혀 교육부의 2008년도 대입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교육부는 ‘논술고사 기준 설정 및 심의계획’을 발표하며 학생선발을 대학에게만 맡겨두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대립의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의 공공성 추구’라는 교육부의 목표와 대학의 ‘자율권 확보’의 충돌이
다. 현재 교육부에선 대학이 사회적 책무를 도외시하고 자율만을 주장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교육은 공공성을 가진 것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함에도 대학이 자율권만을 주장해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선 본고사 부활이나 수능의 강화는 사교육을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시켜 부모의 경제능력에 따른 자식세대의 교육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박대림 대학학무과 사무관은 “사회 공공성의 측면에서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무한정 보장할 수 없다”며 “3불 정책의 틀 안에서 학생선발 방법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은 현재 교육부에서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심각히 제약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서강대 손병두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 유수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대학에 선발자율권을 인정해 대학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본교 김성일(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아예 수능을 폐지하고, 각 대학이 자신의 건학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도록 내버려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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