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를 무대로 삼은 것은 제가 벌교읍의 골목골목까지도 훤히 안다는 이점말고도 벌교가 겪은 역사가 우리나라 전체의 역사를 대표할 수 있는 전형성을 지닌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갈등, 인근 벌교읍에서 조계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빨치산의 투쟁 루트 등이 소설의 배경으로서 적당했기 때문이죠.”
<太白山脈>은 전남 벌교를 중심으로 한 지리산 일대를 배경으로 하여, 여순반란에서부터 1953년 한국전쟁 종결에 이르는 현대 한국의 피끓는 역사를 절절히 그려낸 조정래의 대하소설이다.

◎ 진트재
소설 <太白山脈>에는 벌교지구 계엄사령관으로 있었던 국군장교 심재모가 벌교를 떠나면서, 자신이 벌교를 처음 봤을 때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트재는 벌교읍의 관문으로 이곳에서 바라본 벌교의 왼쪽에는 뱀골제가, 정면에는 마동재가, 오른쪽에는 석거리재가 있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펼쳐진 벌교. 이런 벌교의 확 트인 전경에 감흥을 받아 심재모는 회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진트재 바로 밑에는 기찻길이 보이는데, 소설 속에는 하대치가 군용 열차를 탈취해 조계산으로 옮기는 장면이 그려진다.

“지금이 어느때라고, 반란세력을 진압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할 임무를 띤 토벌대가 여관잠을 자고 여관밥을 먹어?”

◎ 남도여관
검은 판자 벽에 함석 지붕, 전형적인 일본식으로 지어진 남도여관. 남도여관은 경찰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로 이용되다가 후에 민폐를 없애고 기강을 세워야한다는 심재모의 의지로 창고로 바뀐다. 아직도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임만수가 여관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이 어느때라고, 반란세력을 진압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할 임무를 띤 토벌대가 여관잠을 자고 여관밥을 먹어?”

▲ 남도여관

◎ 벌교상고
작가의 아버지 조종현 씨는 실제로 벌교상고의 교사이었기 때문에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벌교에서 살게 됐다.

▲ 벌교상고

◎ 김범우집
파란만장한 삶의 김사용 노인과 김범우 부자의 인생이 그대로 배어있는 집. 다가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높은 담은 당시 소작농들이 지주들의 삶을 엿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어린시절 작가의 친구의 집으로 종종 놀러갔던 이곳은 현재 사유지라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 김범우집

◎ 홍교
횡갯다리로 불리는 홍교는 해방 직후 좌우익의 대립으로 끊임없이 살육이 자행되던 장소다. 반란군과 진압군은 서로 자신이 기득권을 가지게 되면 상대 세력에 협조한 사람을 주민들에게 지목시켜 총살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수렵금지구역’이라는 푯말이 묘하게 어울리고 있다.

▲ 홍교

◎ 현부자집
밀명을 받은 정하섭은 활동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무당의 딸 소화를 찾아간다. 현부자집은 정하섭이 소화의 도움을 받아 몸을 숨겼던 장소다. 이 집은 한옥임에도 안채에 있는 화장실, 유리창이 있는 2층짜리 대문 등 일본식 건축 구조를 띠고 있다. 안채의 화장실에 신기해하고 있는데, “뚝, 뚝” 어디서 소리가 들린다. 마당에서 동백꽃이 떨어지는 것이다.

▲ 현부자집

사진·글/ 신수영 기자,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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