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때문에 산업체의 생산 활동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야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은 폐기물을 단순히 매립, 소각하던 과거에 비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폐기물 에너지는 대체에너지 또는 신재생에너지의 범주에 들면서도 실제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청정에너지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원의 대부분을 폐기물에너지가 차지한다. 국내의 경우 2004년 기준으로 330만 TOE로, 폐기물 에너지량이 신재생에너지 이용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에너지화 가능한 폐기물은 가연성 폐기물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폐지 및 폐목재, 폐플라스틱, 폐고무류 등의 물질과 유기성 오니류 등도 가연성으로 분류된다. 2005년에 발생된 가연성 폐기물의 양은 연간 1200만톤 정도지만, 실제적인 에너지이용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폐기물은 연소 시 다양한 공해물질을 유발시켜 폐기물 종류에 따라는 적절한 처리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로는 폐기물 소각열 이용기술, 보조연료 이용기술, 고형 연료화(RDF) 기술, 열분해유화 기술 등이 있다. 이 중 소각열 이용기술이 2004년 기준으로 260만 TOE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열분해 유화기술은 다른 폐기물 에너지화 공정에 비해 고가여서 다소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저장성 및 운반성 등의 장점과 함께 에너지 부하를 조절할 수 있는 연료유 이용이라는 장점 때문에 기존 연료를 대체하는 효과가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정수현(폐기물열분해 연구센터 센터장)
열분해 유화기술은 산소가 없거나 희박한 상태의 반응기에서 폐타이어, 폐플라스틱과 같은 고분자 폐기물을 열분해해 대체 연료유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열분해 된 저분자의 가스는 응축시스템을 거쳐 열분해유가 된다. 이 과정에 촉매를 사용하면 저분자 물질의 크기를 조절해 다양한 열분해유를 얻을 수 있다.

열분해 공정은 일반적으로 원료투입공정, 열분해 반응공정, 응축공정, 잔류물 처리공정, 비응축성 가스 처리공정으로 나뉜다. 여기서 좋은 품질의 열분해유를 얻기 위해 응축과정을 석유화학공정과 동일한 증류시스템으로 보강하기도 한다.

열분해 반응기의 온도는 이론적인 분해온도보다 약 50℃ 정도 낮게 설정한다. 반응기가 간접적으로 가열되므로 반응기 내부의 실제 온도와 설정 온도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폐타이어 열분해의 경우는 420℃, 폐플라스틱의 경우는 450℃ 정도에서 이뤄진다. 또한 분해온도가 증가할수록 연료유 생성수율은 감소하고 비응축성 가스수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연료유 생산을 목적으로 할 경우엔 수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온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응기에서 배출된 생성가스가 응축되면서 생성유가 생기는데 이는 타이어의 주성분인 천연고무 및 합성고무가 열분해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성유의 수율은 기존 폐기물 무게의 40~45%다. 여기서 생성유와 함께 카본블랙, 철심 등의 잔류물과 응축되지 않은 가스가 발생한다. 비응축성 가스는 주로 탄소 개수가 4개 이하인 화합물로 이루어지며 열분해에 소요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순도가 80%로 감소된 카본블랙은 아스팔트 보강재로 활용돼 기온에 따른 점도 변화의 폭을 줄여 아스팔트의 수명을 연장한다.

이러한 열분해 과정에서 생성유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끓는점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폐플라스틱의 경우 끓는점의 분포가 넓어 불규칙하게 열분해 된다. 결과적으로 일정한 종류가 아닌 왁스형태의 생성물이 얻어진다. 따라서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정 시엔 끓는점을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촉매를 사용한다. 반면 폐타이어 열분해할 경우, 촉매의 사용 없이도 생성유를 얻을 수 있다.

열분해 시 가장 중요한 공정은 반응기다. 폐타이어 열분해의 경우 코킹(calking)현상을 제어하면서 철심이 포함된 폐타이어 및 카본블랙을 효율적으로 이송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코킹현상은 열분해 된 탄화수소가 가열된 철이나 니켈이 함유된 반응기 내벽에 접촉해 수소가 분리되고 카본은 코팅되는 현상으로 촉매코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촉매코킹이 이뤄지면 지속적으로 코킹의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반응기 파열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열분해 반응기는 코킹생성으로 장애가 없도록 코킹을 억제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기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열분해 공정은 석유계 화합물을 반응기에서 가열하는 공정이므로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기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원료투입과 열분해 잔류물의 배출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의 총 에너지 소요량은 2005년 기준으로 2억3000만 TOE 정도로, 향후 2010년에는 2억 7000만 TOE 정도로 예상된다. 이 때 폐기물 에너지의 잠재량은 750만 TOE 정도로 전체 신재생에너지 이용량의 70% 이상을 폐기물 에너지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는 자원과 에너지 전쟁의 시대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현실상, 자체 에너지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은 국가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가운데 우리가 무심결에 쓰고 버리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환경보호와 에너지 회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폐기물의 에너지화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적극적인 선택이다.

△용어정리
TOE-석유환산톤.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카본블랙(carbon black)-흑색의 미세한 탄소분말. 그을음, 흑연과 비슷.
유연탄-다량의 휘발분을 함유해 화염을 내며 탄다.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수율-원자재에 어떤 화학적 과정을 가하여 원하는 물질을 얻을 때, 실제로 얻어진 분량과 이론상으로 기대했던 분량을 백분율로 나타낸 비율.
카본-탄소

정수현(폐기물열분해 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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