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디자인 연구소' 편석훈 대표

‘폰트’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신문과 텔레비전 연예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글씨와 자막, 열차의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지하철 전광판도 모두 폰트다. 10년 넘게 타이포그라피를 활용해 폰트를 개발하고 있는 윤디자인연구소(이하 윤디자인) 편석훈 대표를 만났다.


△폰트를 간단히 정의하면
-폰트란 한 무리의 글자에 대해 크기와 서체가 같은 한 벌을 의미하는데 대소문자, 구두점, 숫자 등을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정보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기호와 부호라고 보면 된다.

△현대 타이포그라피의 특징은
-전통적 의미의 타이포그라피가 가독성보다 아름다움이 주된 관심사였다면, 현대 타이포그라피는 미적인 감각을 근간에 두고 조형성과 심미성을 극대화하면서 기본 기능인 가독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글 개발 사업에 주력하게 된 이유는
-영어와 같은 1byte 언어권의 문자들은 그 개발 글자 수가 적고 단순해 장식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고 디자인적으로 다양하게 발전했다. 이와 달리 한자나 한글과 같은 2byte 언어권의 글자들은 그 복잡성 때문에 디자인 구현이 힘들다. 여기서 ‘한글로도 충분히 인정받는 디자인 서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폰트는 어떻게 만드나
-우선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초성, 중성, 종성이 하나가 돼 작은 글꼴 박스를 구성한다. 이 안에서 가독과 정보전달을 위한 변별력을 지녀야 한다. 최근에는 초성, 중성, 종성의 각 자소를 합쳐 구현하는 완성형의 형태로 개발한다.

기존 폰트 제작에는 2350자 정도의 코드 영역이 주로 사용됐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뷁’이나 ‘뷇’ 등 특이한 글자들이 새로 만들어져 11172자 코드영역을 사용한다.

△제작된 폰트들은 어떻게 활용되나
-개발된 폰트들은 인쇄출판용으로, 또는 모바일 단말기의 기본폰트로 사용되며 각종 디지털 가전의 LCD창에 표시되는 글꼴로도 사용된다. 기존 디지털 폰트가 전문디자이너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최근에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서도 웹폰트와 모바일용 폰트들이 사용돼 일반인들에게도 디지털폰트가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 우리 고유서체가 드러난 명함첩. (국립박물관作)

△폰트개발은 어떻게 이뤄지나
-우선 소비자들이 현재 가장 필요한 서체는 무엇인지, 현재 트렌드를 앞서갈 디자인은 무엇인지 연구한다. 그 후 1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각각 다른 시안작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발전시킨 수정 시안을 만든다. 그리고 나서 다시 모듈을 개발하고 조합룰을 짠다. 끝으로 서체를 개발하는 과정 및 향후 사용될 각 환경에서의 쓰임을 고려한 마지막 보완 작업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서체 한 종이 완성된다.

하나의 폰트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서체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리가 기획하고 개발하는 서체들은 5개월에서 10개월까지 소요된다.


△폰트 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어떤가
-아직까지 국가의 지원은 미비하다. 일본은 자국 언어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확실한 반면, 우리나라는 한글을 세계 최고의 글자라고 교육하지만 관련 업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미약하다. 지난 2005년에야 디지털 폰트가 디자인으로서 보호받기 시작했다. 최근에서야 정부가 온라인 한글박물관을 만들고 세계화의 중심으로 한글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폰트를 개발하면서 느끼는 점은
-폰트 개발은 우리 문화유산의 수호는 물론, 이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문화 역사를 써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한 글자 한 글자를 만들어 나갈 때마다 뿌듯함과 동시에 사명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폰트 기획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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